[사설]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성과 급급해 국익 저해되는 일 없길

입력 2025-04-16 01:30

미국이 중국과의 관세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일단 동맹들과 협상 타결을 서두르겠다는 전략을 내비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한국과 다음 주에 무역 협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번 주 일본과 협상하고 영국 호주 인도 등과도 조만간 만날 계획이다.

이는 미국이 주요 우방국과 먼저 협상한 뒤 대중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포석일 것이다. 베선트도 “먼저 협상을 타결하는 쪽이 최고의 합의를 하게 돼 있다”면서 노골적으로 속도전을 요구했다. 협상하기 쉬운 우방국을 상대로 요구를 관철시킨 뒤 이를 타국과의 협상에 본보기로 활용하고, 종국엔 중국에 비싼 청구서를 내밀려는 전략일 것이다. 그러려면 미국이 한국 등과의 협상을 자신들에 아주 유리하게 가져가려 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한국 정부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타결 속도보다 내용이 우선이라는 방침을 확고히 한 뒤 협상에 임해야 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그제 대책회의에서 “한국이 미국과 조선·액화천연가스(LNG)·무역 균형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관세로 인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행 말대로 미국과 조선이나 알래스카 LNG 개발 등에서 적극 협력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이번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산 제품에 부과하기로 예고된 25% 상호관세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일이다. 또 우리 수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철강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도 최소화해야 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과 결부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을 덩달아 올리겠다는 뜻도 밝혔는데, 관세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줄줄이 한국 부담이 높아지는 일도 막아내야 한다.

만약 협상이 한·미에 ‘윈윈’하는 것이 아닌 우리 측에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진행된다면 마냥 끌려가선 안 된다. 일본 정부가 자칫 먼저 협상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타결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듯, 우리도 국익에 도움 되지 않는 협상이라면 타결을 차기 정부로 미루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한 대행이 과도기 행정수반인 점을 약점 삼아 더 큰 양보를 요구할 개연성도 있는데, 결코 응해선 안 된다. 한 대행부터 협상 타결이라는 성과에 급급해 국익에 저해되는 결과를 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