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 향동교회(박지훈 목사) 건물은 소박했다. 지난 9일 찾은 교회의 첫인상은 단아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수수했다. 그리 넓지 않은 1322㎡(400여평)의 대지에 건물은 495㎡(150여평)로 땅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2층 건물이었다. 건물은 지붕과 벽면만 보였다. 건물 디자인은 이게 전부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지붕이었다. 지붕은 문화시설 등에서 흔히 보는 평면이 아니라 경사를 통해 빗물이 잘 흘러내리도록 했다. 지붕은 높이 솟아 있어 건물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했다. 시각적으로는 벽면보다 더 크게 보였다.
박공지붕의 장점 살려
이런 형태의 집을 많이 본 적은 없지만 왠지 낯이 익었다. 챗GPT에게 그림을 그려서 물어봤더니 ‘박공지붕’이라고 답했다. 현대에서도 여전히 사용하고 국내에서도 볼 수 있지만 과거 17~19세기 북유럽이나 미국에서 많이 사용하던 지붕이라 한다. 중세 영화나 서부 영화를 보면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던 바로 그 형태였다.
박공지붕은 지붕이 양쪽으로 경사지며 삼각형 형태의 정면을 가졌다. 빗물이나 눈이 잘 흘러내리는 게 장점이다. 또 건축 공사가 간단해 비용이 적게 든다. 향동교회도 건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택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교회 건물은 두 개의 덩어리로 구성됐다. 하나는 주요 공간을 담았다. 예배당과 교회학교 공간이 여기에 속했다. 또 하나에는 부속 공간을 배치했다. 부속공간은 예배당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목양실이 있다. 이렇게 두 개의 큰 덩어리가 선명하게 구분 지어져 교회 건물은 간결한 느낌을 더했다. 부속 공간 덩어리에는 벽면에 십자가를 달았다. 앞쪽을 높이 올려 종탑처럼 만들었다.
실내 공간은 쓰임이 분명했다. 2층이 예배당인데 건물의 맨 앞에서 뒤까지가 모두 예배당이다. 향동교회는 예배를 가장 중요시한다. 그래서 건물에서 예배당의 비중이 가장 크다. 좌석 수는 280석을 넣었다. 로비도 없다. 예배당에서 나오면 바로 계단으로 이어졌다.
박공지붕이어서 천장의 높이가 상당히 높았다. 삼각형 형태로 공간 가운데는 거의 2층 높이에 달했다. 단상 위쪽에 가로의 긴 거치대를 설치하고 조명을 달면 이질감이 들까 봐 삼각형 양옆 벽면에 조명을 설치했다. 스피커도 여러 개를 쌓은 레이어 스피커를 양쪽 벽면에 설치했다. 보기에 앙증맞다 싶은 크기였다. 예배당 안에서 성도들의 시선을 뺏지 않겠다는 취지로 보였다.
박지훈 목사는 자모실이 특이하다고 소개했다. 자모실은 예배당 맨 뒤에 있었다. 유리 벽을 사용해 공간을 나눴다. 하지만 천정이 뚫려 있었다. 박 목사는 “자모실도 예배당 안의 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가끔 예배 중에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긴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아이들이 적은 시대여서 그 소리조차 정겹고 우리 교회에 아기들이 있다는 게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성도님들도 다들 같은 생각입니다.”
식당 없애 공간 활용 극대화
식당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대개는 교회 건물에 식당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예배당만큼이나 성도들이 동시에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간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그런데 이 교회는 주일에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다. 식사 준비를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를 예배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주일 오후 성가대 연습이나 일정 때문에 남아있는 이들을 위해서 컵라면 햇반 김치 등은 마련해 놓는다고 한다.
“식당 봉사자가 언제 예배를 드리는지 묻는 목회자들이 많아요. 이렇게 질문이 나온다는 것은 식당 봉사를 하면서 예배드리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실제 제대로 예배드리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 교회는 음식을 제공하지 말자고 결정한 거예요. 덕분에 식당이 차지할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식당 공간이 있을 만한 자리에는 작은 카페와 유치부실, 유년부·초등부 예배공간, 사무실 등을 뒀다. 식당을 없애면서 넓지 않은 평면을 잘 사용했다. 중고등부, 청년부는 이전 상가 교회를 사용한다.
교회의 조직도 간소했다. 이런저런 위원회나 선교회가 없다. 양육을 위한 소그룹도 없다. 다만 연령대별로 교제하고 전도하는 또래 모임이 있다. 그리고 자녀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일대일로 짝을 지어 기도하는 짝 기도가 활성화돼 있다. 기도에 집중하는 모임이다.
건축과 동시에 성장
향동교회 건물은 2022년 건축됐다. 교회는 1968년 이 지역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교회 땅이 고양 향동 공공주택지구에 수용되면서 교회를 옮겼다. 신사동으로 갔다. 300여명이던 성도들은 40~50명으로 줄었다. 박 목사는 서울 충현교회, 일산 예수인교회, 부산 수영로교회 부목사를 거쳐 이 교회에 부임했고 남은 성도들은 그래도 교회가 처음 개척된 향동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교회는 현 종교부지를 구입했고 건축이 진행되는 동안 떠돌이 생활을 하다 인근 상가 5층에서 자리를 잡고 예배를 드렸다.
건축하면서 어려움도 있었다. 건축 기간이 코로나19 때와 겹쳤다. 사람들이 교회에 못 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원자잿값이 크게 치솟았다. 처음에는 5층 건물로 설계했다가 건축비 부담으로 2층 건물로 변경했다. 사닥다리종합건설이 시공하면서 여러모로 도왔다.
그래도 교회는 부흥했다. 코로나 때 성도가 80여명, 입당할 땐 120여명이 됐다. 처음 좌석 수가 부족해 350석을 만들었다.
보통은 재적 성도가 출석 성도보다 많다. 교적을 두고 있지만 매주 모두 출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교회는 반대라고 했다. 성인 등록 교인이 400여명인데 출석 교인은 더 많다고 했다.
교회는 최근 두 가지 흐름을 역행했다. ‘요즘은 부흥이 안 된다는 것’과 ‘건축하면 부흥된다는 것은 옛말’이라는 것이다. 향동교회의 성장이 단순히 건축 때문이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분명히 성장했다. 박 목사는 “하나님이 하셨고 건축하는 한국교회에 동일한 은혜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향동교회 제공, 전병선 선임기자
고양=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