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익(79) 신촌성결교회 원로목사는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져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이번 탄핵 정국을 지나며 “선거제도 등 수면 위로 드러난 미숙한 사회 시스템을 바로잡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국민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이 성찰하도록 한국교회가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목사는 15일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그동안 우리 사회가 이번처럼 첨예하게 대립하고 분열된 적이 없었기에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민족이 참으로 대단한 열정의 국민이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더 위급하고 중차대한 사건들도 다 이겨내고 수습하는 저력을 보여 온 민족이기에 지금부터는 서로를 수용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차분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탄핵 인용에 대해서는 피차 승복하고 결정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한쪽은 만족하겠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받아들이기가 몹시 어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그것을 극복하고 승복하는 것이 장점입니다. 조금 지긋이 생각하면서 화합의 길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이 목사는 선거제도 개혁도 언급했다. 그는 “탄핵정국에서 논란이 된 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제도는 이 기회에 개혁하고 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될 때까지 수개표를 진행하길 촉구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선 후에 후유증으로 다시 한번 사달이 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교회에는 응어리지고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고 양분된 민심을 수습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양분돼 흥분 속에 있던 성도들을 치유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편을 이기게 해 달라’는 기도를 ‘주님께서 요구하신 용서와 이해와 화합으로 나아가게 해 달라’는 기도로 전환해야 합니다. 목회자들은 온 국민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이 시대 선지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감당하길 바랍니다.”
이 목사는 고난을 이겨낸 사람이 더 강건해지듯 한국사회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더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이 합력해 선을 이루신다고 하셨습니다.(롬 8:28) 그리고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분을 주셨고 화목하게 하는 말씀을 우리에게 부탁하셨습니다.(고후 5:18~19) 이번 일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나면 우리 민족은 더 단단해질 것이고 우리를 염려스럽게 바라보던 세계인들에게 한국 민족의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이 나라와 백성을 치유하실 것을 믿습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