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화면 없는 예배 “하나님에 더 집중”… 신앙회복 첫걸음

입력 2025-04-16 03:03
디지털 디톡스 캠페인에 참여하는 구세군교회 중 한 곳인 구세군인천교회가 지난 13일 스크린 화면을 띄우지 않은 채 예배를 드리고 있다. 구세군남서울지방본영 제공

인천 부평구의 구세군인평교회는 종려주일인 지난 13일 ‘화면 없는’ 예배를 드렸다. 예배당에 들어가기 전 교인들은 스마트폰 전원을 껐고, 예배당에선 성경 구절이나 찬송가를 띄우던 스크린 화면이 사라졌다. 인평교회를 비롯한 구세군 남서울지방본영 소속 25곳이 고난주간에 맞춰 진행 중인 디지털 디톡스 일환이다. ‘화면 끄고 예배하기’ 외에도 ‘눈을 보고 대화하기’ ‘스마트폰 절제하기’ 등이 디지털 디톡스를 위한 실천 과제다. 게임에 몰두하기 쉬운 학생들을 위해서는 스마트폰 대신 종이로 하는 게임인 스도쿠 인증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정일해 인평교회 담임사관은 15일 “PPT 없이 모든 교인이 주보와 성경책만 들고 예배하며 더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 “디지털 미디어 사용을 줄이는 것은 신앙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자 영적 민감도 회복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설명했다.

한국구세군(사령관 김병윤)도 디지털 건전 생활을 새 캠페인 주제로 채택하고, 이날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광장에서 구세군 사관 60여명이 모여 디지털 건전 생활 십계명을 발표했다. 구세군은 1921년부터 음주 과소비 환경오염 마약 등 사회 문제를 주제로 건전 생활 캠페인을 펼쳐왔다.

이날 발표한 십계명에는 ‘디지털 기기는 우리의 도구임을 명심하라’ ‘디지털상에서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라’ ‘일정 시간 디지털 휴식 시간을 가지라’ ‘정보의 진실성을 늘 확인하라’ ‘유해 콘텐츠를 멀리하라’ ‘정직한 콘텐츠 소비자로 살아가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부모와 어르신들을 위해 키오스크에 참견하라’ ‘오프라인 소통을 소중히 하라’ ‘이웃의 SNS를 부러워하지 말라’ ‘널리 디지털 세상을 이롭게 하라’ 등 디지털 기술 격차나 소통 단절 문제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강조하는 내용도 있다.

김택선 구세군서울지방본영 보건사업담당관은 “네 번째 계명에 해당하는 ‘부모와 어르신들을 위해 키오스크에 참견하라’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십계명과 통한다”며 “30대인 저도 처음 보는 키오스크 앞에 서면 긴장된다. 착한 오지랖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