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초 규모보다 약 2조원 수준 증액한 12조원대로 필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겠다”고 15일 밝혔다. 대략 재해·재난 대응에 3조여원, 통상·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4조여원, 취약계층 지원 4조여원이 될 것이라 한다. 지난달 말 내놓은 안에 비해 AI 분야와 재해대책비가 늘어날 예정인데 현 경기를 고려해 좀 더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경을) 최소한 15조원까지 증액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부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경 증액의 여지를 열어두고 국회는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월 재정건전성과 경기 부양을 고려한 추경 규모로 15조~20조원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 후 경제 상황은 더 악화됐다. 미국발 관세 전쟁은 연일 관세 폭이 널뛰기하는 등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고 최대 교역시장인 미국과 중국 간 계속된 보복 조치로 이어지며 수출 환경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 폭(1%)은 외환위기 이후 27년 만에 최저였고 대표적 내수 업종인 숙박·음식점업은 역대 최장기인 22개월째 불황을 겪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 8곳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 평균치는 2월 말 1.55%에서 최근 1.35%까지 하락했다. JP모건의 경우 이 기간 1.2%에서 0.7%로 하향 조정률이 42%나 됐다. 경기 하강 추세가 가팔라졌다면 그에 대응할 수단도 더욱 과감하고 신속히 동원돼야 한다.
관세전쟁 여파로 환율 시장이 불안하기에 기준금리 인하 조치는 쉽지 않다. 당분간 경기 회복을 위한 마중물로 추경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추경은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조기 대선에 나설 각당 최종 후보가 다음 달 초 결정되면 차분한 정책 협의가 어려운 만큼 가급적 그 전에 추경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정부의 추경 규모가 민주당 제시 수준(15조원)과 격차가 크지 않기에 조속한 경기 심리 회복 차원에서라도 기존의 2조원+α 증액을 검토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과도기 대통령 권한대행 정부가 국회와 함께 원만히 민생 추경을 마무리 짓는 건 의미가 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