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땅 밑이 위험하다… 개발 패러다임 바꿔야 할 때

입력 2025-04-16 01:10
13일 부산 사상구 도시철도 공사 현장 인근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상구 제공

잇단 싱크홀(땅 꺼짐)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싱크홀이 더 이상 낯선 재난이 아닌 일상을 위협하는 공포로 다가온 것이다. 그 이면에는 무분별한 ‘난개발’이 있다. 압축적인 경제 성장을 거치며 눈부신 도시화를 이루어냈지만, 그 과정에서 속도에 매몰돼 주변 환경과 안전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싱크홀은 공사 현장이거나 지하철역 부근에서 발생한 공통점이 있다. 서울 마포구 싱크홀은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부근에서 발생했고, 부산시 사상구 싱크홀은 사상~하단선 도시철도 공사 현장 인근에서 생겼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형 싱크홀은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부근에서 발생했다.

상·하수도 노후화로 인한 싱크홀은 크기가 작지만, 지하 공사로 인한 싱크홀은 크기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3년 동안 서울 시내에 63개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중 강남·서초·송파구에 생긴 싱크홀이 19개다. 서울 싱크홀 사고의 30%가 강남 3구에 집중된 것이다. 강남 지역에 유독 발생 빈도가 높은 이유는 지하 공간 개발이 많이 이뤄지면서 비롯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1960~80년대에 무차별적으로 매설한 상·하수도관의 노후화도 싱크홀을 만든 주범 중 하나다. 난개발이 부른 재앙인 셈이다.

좁은 공간에 최대한의 효용을 뽑아내려는 욕망은 고층 건물의 숲을 만들어냈고, 편리한 이동을 위한 지하철 노선은 땅밑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개발 과정에서 지반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안전 점검이 있었는지 촘촘하게 되돌아볼 때다. 그러지 않고 새로운 건물을 올리거나 지하를 뚫는 것은 허술한 지반 위에 모래성을 쌓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개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도시의 흉터를 치유하고, 미래 세대에게 안전한 도시를 물려줘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