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출신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이며 소설가인 레너드 코헨. 아스투리아스 왕세자상 문학부문 수상자, 그래미 어워드 평생공로상 수상자라는 이력이 말해주듯, 그는 밥 딜런과 함께 전설적인 뮤지션으로 손꼽힌다. 세상은 코헨을 음유시인이라 불렀지만 내게는 삶의 본질을 노래한 대중 철학자였다.
2016년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는 사랑과 종교, 정치처럼 삶의 보편적 주제들을 서정적이고도 깊이 있는 언어로 풀어냈다. 그가 남긴 2000여곡 가운데 널리 알려진 노래도 많지만, 유독 마음 깊이 와닿은 곡은 ‘송가(Anthem)’였다. 2008년 런던 라이브 콘서트 영상에서 중절모를 쓴 노신사는 저음의 목소리로 이렇게 노래했다. “그대가 바라는 완벽함은 잊어버려요. 모든 것에는 균열이 있어요. 그래서 빛이 들어오는 거죠.” 이 짧은 가사는 끝을 알 수 없는 생각의 폐곡선 안으로 나를 천천히 끌어당겼다. 불완전함을 결함처럼 여기며 스스로를 채근하며 살았던 날들이 떠올랐다. 나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만족할 만한 자기 이미지를 얻기 위해 사회가 요구하는 목표에 도달하려 애썼다. 그건 완벽함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했으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기부정 혹은 불신 같은 감정이 얽혀 있었다. 자신을 신뢰하고 존중하며 충만하게 살아가는 삶과는 거리가 먼 방식이었다.
코헨은 노래를 빌려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하고 삶도 마찬가지라고 읊조렸다. 누구나 만족과 후회를, 화합과 갈등을, 희망과 좌절을 반복하며 살아간다고. 신났다가 지치기도 하고 행운과 불운이 오가기도 하는 게 삶이라고. 세상을 이분법적 사고로 바라보지 말라는 조언 같았다. 하지만 완벽함을 바라는 욕심을 내려놓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마침내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안아주게 되었을 때, 삶은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의 노래처럼 인생에 빛이 스며들었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