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2월 수준으로 ‘뚝’… 한은, 기준금리 깜짝 인하 나설까

입력 2025-04-15 02:31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발 관세 정책에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시장의 예측이 갈리고 있다. 당초 고환율을 이유로 동결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달러 약세에 환율이 금리 인하에 나섰던 2월 수준보다 더 내려오면서 경기 부양을 위한 ‘깜짝 인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기준금리는 지난 2월 한차례 0.25% 포인트 낮추면서 2.75%로 내려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 관세 정책과 미중 무역 갈등 양상의 불확실성에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가 유예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최근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번복과 그로 인한 부동산 가격 변동 등 금융 안정 리스크까지 다시 높아져 한은이 연속 인하라는 결단을 내릴 이유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진 것도 동결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달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에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87.3원을 기록하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일주일도 안 돼 1420원대까지 떨어졌다.


특히 지난달 미국이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한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이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낮춰 미국과의 금리 차가 벌어진다면 원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 최근까지 연준 인사들이 금리 인하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 다음 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투자와 소비 위축 등으로 경기 침체가 길어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JP모간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7%로 전망하는 등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성장률 전망치를 0%대까지 내려잡고 있다. 환율에 대해서도 레벨 자체가 떨어졌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 적기라는 의견도 있다. 깜짝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위원은 “관세 적용으로 한국 경제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 추경 진행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4월 금통위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경기 하방 요인이 커짐에 따라 5월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매파적 색채는 옅어질 것”이라며 “경기 침체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이하까지도 낮출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