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37> 나다나엘

입력 2025-04-15 03:05

그날 오후
무화과 나뭇잎 사이로
뜨거운 햇빛이 관통할 때
나를 지켜보던 눈빛
빌립이 그의 이름을 소개하였을 때도
비웃으며 믿지 않았지만
직접 그를 대면하였을 때 알았지요
그는 하나님의 아들이시요
이스라엘의 임금이라는 것을
나의 무지와 조롱의 속마음을 알고서도
마음에 간사함이 없는
참 이스라엘 사람이라 불러 주시던
그 인자한 미소, 따스한 음성
인도를 지나 아르메니아에 이르기까지
그의 사랑을 전하다
칼로 살가죽이 벗겨져 순교한
그날 오후, 무화과나무 아래의
맑고 투명한 눈동자.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나다나엘 또한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으로, 빌립에 의해 예수에게 인도되었다. 단순하고 성실하며 정직한 성격의 사람이었기에, 시에서 보듯 ‘마음에 간사함이 없는 참 이스라엘 사람’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 이름은 ‘하나님의 선물’이란 뜻이다. 시인은 빌립이 소개하기 전에 이미 예수가 ‘무화과 나뭇잎 사이’로 그를 지켜보았다고 썼다.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겠느냐’고 의심하던 나다나엘은, 마침내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요 ‘이스라엘의 임금’임을 고백한다. 시인은 ‘인도를 지나 아르메니아에 이르기까지’ 순교의 길을 걸어간 나다나엘을 두고, 처음 만남의 순간을 소환하여 ‘무화과나무 아래의 맑고 투명한 눈동자’를 떠올린다. 이 시는 나다나엘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다가 말미에서 전지적 시인의 시점으로 변경된다. 시적 제재(題材)를 중층적으로 관찰한 결과다.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