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과 마지막 소명”… 애매모호 韓

입력 2025-04-14 18:50 수정 2025-04-14 22:18
사진= 김지훈기자

한덕수(사진) 대통령 권한대행이 14일 미국발 통상전쟁 대응을 언급하며 “국무위원들과 함께 제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 ‘한덕수 차출론’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권한대행으로서의 책무를 강조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출마에 선을 그었다’는 해석과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 동시에 나왔다.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명쾌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한 권한대행 특유의 애매모호한 화법이 혼선을 키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권한대행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등 통상 문제에 대해 “이제 미국 정부와 본격적인 협상의 시간에 돌입했다. 정부와 민간의 대응 역량을 총결집해 국익을 지켜나가는 데 사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또한 그간의 통상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네트워크 등을 십분 활용해 국무위원들과 함께 저에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발언 중 ‘마지막 소명’ 대목이 여러 해석을 낳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은 언제나 ‘마지막 소명’을 말해 왔다”며 “줄곧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는 기조로 임해 왔고, 변한 건 없다”고 말했다. 대선 차출론에 부정적 입장을 에둘러 말한 것이라는 의미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권한대행 수행을 공직생활의 마지막 소임으로 여기겠다고 말했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모호한 거리두기 스탠스도 달라진 게 없다”는 말이 나왔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이 50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혼란을 부추기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른 구여권 인사는 “간을 보는 식의 태도는 선거판을 망가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도 ‘대망론’이 부상했으나 황 권한대행은 대선 55일 전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다만 총리실 관계자는 “출마를 말한 적이 없는데 갑자기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 차원의 추대가 이뤄진다면 한 권한대행이 마지못해 승낙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특정인 옹립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