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이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핵심 계열사 동원F&B가 지주사 동원산업에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국내외 식품 4개사를 하나의 사업군으로 묶고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글로벌 대형 인수합병(M&A) 등 사업 확장 기회가 늘어나고 주주 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외형 확장뿐 아니라 상품경쟁력을 높여 시장의 신뢰를 굳건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원그룹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 교환 계약 체결안을 의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동원산업은 보통주 신주를 발행해 동원F&B 주주에게 ‘1(동원산업): 0.9150232(동원F&B)’의 교환 비율로 지급할 계획이다. 주식 교환이 마무리되면 동원F&B는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상장 폐지된다.
주식교환 안건을 의결하기 위한 주주총회는 오는 6월 11일 개최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됐다. 안건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청구 가격은 관련 법령에 따라 동원산업 3만5024원, 동원F&B 3만2131원으로 결정됐다. 동원산업의 신규 발행주식 수는 주식매수청구가 종료되는 7월 1일 이후 최종 확정된다.
동원그룹은 이번 결정으로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내수경기 침체, 극심한 기업 간 경쟁으로 국내 식품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갖추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동원산업은 동원홈푸드, 스타키스트, 스카사 등 식품 관련 계열사를 ‘글로벌 식품 디비전’으로 묶을 예정이다. 식품사업의 해외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4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R&D 조직을 ‘글로벌R&D센터’로 통합해 신제품 개발에 주력한다. 지난해 매출 기준 0.3%였던 R&D 예산을 2030년까지 1%대로 3배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의 유통망을 활용해 북미·중남미 시장의 판로 개척을 가속하기로 했다.
동원그룹은 이번 주식 교환으로 그간 동원F&B 단독으로는 성사시키기 어려웠던 글로벌 M&A 등 사업 확장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복 상장’(모회사와 자회사를 동시에 상장하는 방식)에 따른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복 상장은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논란으로 이어져 한국 증권시장 저평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선제적으로 중복 상장 문제를 해결해 기업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가치 제고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동원그룹의 설명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결국 ‘히트 상품’의 부재가 동원그룹의 대대적인 구조 재편 계획의 배경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하면서 기업의 덩치를 키우는 방향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참치 통조림 등 동원그룹의 히트 상품이 주로 내수용이라는 건 극복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