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감국가’ 지정 끝내 15일 발효… “과학협력 차질 불가피”

입력 2025-04-14 18:40 수정 2025-04-14 22:13
미국 에너지부 건물. UPI연합뉴스

미국 에너지부(DOE)가 지난 1월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에 포함한 효력이 15일 공식 발효된다. 정부는 미국 측과 고위급 및 실무 채널을 통해 분류 해제를 위한 협의를 이어갔지만 끝내 리스트에서 지우지 못했다. 6·3 조기 대선을 거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양국 간 실효성 있는 협의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14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대정부 질문에서 미국의 민감국가 분류 문제와 관련해 “지난달 20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 간 앞으로 신속하게 협의한다는 합의가 있었고, 실무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민감국가 지정은) 에너지부 내부 절차에 따른 것이라 (해제까지는) 물리적으로 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감국가 조치 효력은 예정대로 15일부터 발생하게 됐다.

한·미는 이번 조치로 인한 양국 과학기술 협력에는 제한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해 왔다.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국회에 출석해 “민감국가에 등재되더라도 한·미 간 공동연구 등 협력에 제한은 부재하다는 것이 에너지부 설명”이라며 “에너지부를 포함해 국무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등으로부터 한·미 협력과 파트너십은 굳건하다는 일관된 메시지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 역시 지난달 18일 “(민감국가 지정은) 큰일(big deal)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감국가 지정에 따른 절차적 제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한국 출신 연구자가 미국 연구소를 방문하려면 최소 45일 전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 에너지부 직원이나 소속 연구자의 방한 과정에도 추가 보안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민감국가 지정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첨단 분야나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미래기술 개발 협력에 있어 차질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과학계에서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보고서에서 “민감국가 지정에 대한 대응이 부족할 경우 한·미 과학기술 협력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가 신뢰도 저하나 연구자 간 협력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협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감국가 지정이나 해제 절차는 비공개가 원칙이라 향후 일정에 대한 예측도 어렵다. 특히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배경 역시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지정 해제가 단기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은 한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데 있어 관리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은 1981년 미국의 민감국가 제도 시행 당시 이미 목록에 포함돼 있었다. 우리 정부는 1993년 12월 해제를 요청했지만 실제 지정 해제는 이듬해 7월에야 이뤄졌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