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 마케팅 나선 주자들… 중도 멀어지는 국힘 경선

입력 2025-04-14 18:48

‘찬탄(탄핵 찬성)파’로 분류돼온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경선 레이스에서 이탈하면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초반은 ‘윤심’(윤 전 대통령 의중)과 엇나가지 않은 후보들이 주도권을 쥐는 양상으로 진행 중이다. 다만 이는 파면된 전직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운영하던 집권여당의 성찰과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사저로 옮기며 “다 이기고 돌아왔다”고 말했으나 정작 국민의힘은 대선보다는 이후의 당권 장악에 더 눈길을 두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마저 나온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14일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초유의 위기에도 집권여당에서는 성찰과 극복의 책임의식보다 기존 당내 기득권 세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만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국민의힘 지지층을 위주로 한 경선 룰 세팅, 일부 주자가 윤 전 대통령과의 만남 사실을 강조하는 ‘윤심 마케팅’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양 교수는 “좁아진 마당을 넓히려는 의지는 없고, 국가의 기득권도 아닌 당의 기득권에만 몰두하는 모습만 있다”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를 4명으로 추리는 1차 예비경선(컷오프)을 100% 국민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키로 결정한 상태다. 다만 이때 ‘역선택’ 방지를 위해 조사 대상은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한정됐다. 이에 대해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무당층 응답률은 20%가량도 못 될 것”이라며 “결국 현재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의 영향력 극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룰 세팅”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0대 대선 때는 내부 경선 과정에 역선택 방지 조항이 없었다.

유 전 의원은 “보수의 영토를 중원으로 넓히긴커녕 점점 쪼그라드는 행태”라고 밝히며, 오 시장은 “낡은 보수와 단절하고 새로운 보수의 길을 열어야 한다”며 각각 중도하차했다. 국민의힘의 중도층 공략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많다. 윤 전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갑자기 뒤바뀌었다는 말을 주변에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의 경선 자세는 민심과 거리가 있고 ‘반윤’ 후보를 두려워하는 모습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홍 소장은 “오픈프라이머리(100% 국민 여론조사 방식)를 채택했다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중에서도 ‘반(反)이재명’ 표를 끌어올 후보가 검증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러한 민심 반영과 검증 자체가 차단됐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낡은 권력에 의지하는 이들이 지배적인 집단은 도태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