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 지수)가 한국 코스피보다 외풍에 더 예민한 시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간 코스피는 외부 악재에 민감했지만 최근에는 닛케이 지수의 등락률이 코스피를 뛰어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발표한 이달 2일(현지시간) 이후 이날까지 닛케이 지수 변동 폭이 코스피보다 더 심했다. 한국 25%, 일본 24% 등의 내용을 담은 상호관세 발표 직후 3일 닛케이 지수는 2.77% 하락했지만, 코스피는 0.76% 내리는 데 그쳤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에 보복관세로 대응하겠다고 나서면서 아시아증시가 폭락한 7일 ‘블랙 먼데이’ 때도 코스피(-5.57%)보다 닛케이 지수(-7.83%)의 하락 폭이 컸다. 반등 시에도 닛케이 지수가 더 크게 튀어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는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다는 소식이 반영된 지난 10일 닛케이 지수는 9.13% 상승했지만, 코스피는 6.60% 올랐다.
이는 대외 변수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일본에서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일본 정부가 기업의 상호주 보유(기업 간 서로의 주식을 가진 것) 관행을 해소하도록 요구했다”며 “기관들이 보유한 주식을 시장에 내놨고, 이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늘어나 외부 변수에 민감한 시장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국내는 외국인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코스피 주식을 이미 팔고 떠나 트럼프 관세정책 이후 추가로 빠져나갈 외국인 자금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달까지 코스피 주식을 28조원 넘게 팔고 나갔다. 1년 새 코스피 외국인 보유 비율도 35%에서 31%로 줄었다. 이희권 메리츠증권 광화문금융센터 2Sub 지점장은 “지난해 비상계엄사태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있어 외국인 자금이 먼저 국내 증시를 떠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스피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도 변동성이 적은 이유가 되고 있다. 닛케이 지수는 지난해만 19% 넘게 올랐지만, 코스피는 9.6% 하락하면서 주요국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관세전쟁 이후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으로 선방하는 것에 대해 “코스피는 지난해 오르지 못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