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강영애 (11)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께 “일곱 교회 세우겠다” 서원

입력 2025-04-16 03:05
강영애 목사가 세 남매와 함께 3년간 지내며 기도처로 삼은 삼각산의 바위 동굴. 강 목사 제공

‘부모님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셨는데….’

나를 ‘조선에 둘도 없는 딸’로 키워주신 부모님이 아이들을 외면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돌이켜보니 그 당시 아무도 사라진 나를 찾지 않았던 걸 보면 가족들도 내가 폭행당해 남편에게 쫓겨난 사실을 듣고 집안의 수치라 여겨 외면했던 거겠구나 싶었다. 부모에게까지 버림받고 모진 수모를 겪으면서 성경 속 밧모섬에 유배된 요한이 떠올랐다.

‘여기가 내 밧모섬이구나. 나도 요한처럼 이곳 삼각산에 유배된 거야.’

가족에게 버림받고 하나님 앞에 홀로 선 나를 발견했다. 사람 대신 하나님만 의지하며 삼각산에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때부터 슬퍼하지도 누구에게 의지하지도 않고 오직 무릎 꿇고 기도만 했다. 주일이면 정상에 기도처를 만들어둔 공동체와 함께 예배 모임에 참석하곤 했다.

나는 삼각산에서 하나님의 그늘 아래 머물며 말씀을 조금씩 깊이 깨달아가기 시작했다. 남편에 대한 원망도 사라졌다. 오히려 나를 이곳으로 이끌어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삼각산에서 익숙해진 삶도 매일이 감사와 기쁨이었다. 먹을 것은 건빵뿐이었고 이마저도 없으면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셨으며 좋은 날에는 수제비 한 그릇이 전부였지만 전능자의 그늘 아래에 있기에 아무런 부족함이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없어도, 수입이 없어 쓸 돈은 차비조차 없는데도 하루하루가 행복한 날들이었다.

나는 세상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지복(至福)을 만끽했다. 삼각산에 들어온 지 2년, 기도하다 지쳐 잠들고 다시 깨어 기도하면 여명이 밝아 왔다. 눈 오는 날엔 너무 추워서 바위 위에 앉아 기도하기도 힘들었다. 그럴 땐 아이들 곁에 온기를 붙이고 앉았는데 하나님은 “네가 있을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음성을 듣는 순간 곧바로 바위 위에 올라가 다시 기도하곤 했다.

어느 날은 혹독한 추위에 아이들이 얼어 죽을까 걱정돼 울며 기도했다. 그러자 하나님은 “걱정하지 말라”는 음성으로 응답하셨다. 그리고 세 아이가 껴안고 자는 모습 위로 날개 달린 천사가 망토를 덮어주는 환상을 보았다. 그 순간 하나님께서 아이들을 지켜주신다는 확신이 들었다.

한 날은 기도하다 지쳐 선잠이 든 내게 하나님이 찾아오셨다. 잠결에 말굽 소리가 들렸는데 내 앞에 백마가 멈춰섰다. 백마를 탄 분은 내게 예수님처럼 보였다. 흰옷을 입고 말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계셨다. 그 순간 말로 다 할 수 없는 위로와 평안이 마음 깊이 밀려왔다.

그게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런 체험은 내게 큰 힘이 됐고 믿음의 전환점이 됐다. 예수님이 변화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신 것처럼 나 역시 꿈인지 환상인지 분간할 수 없는 그 순간을 통해 하나님께서 내 인생을 이끌고 계심을 확신하게 됐다. 그리고 나는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께 일곱 교회를 세우겠다고 서원했다.

이 서원은 내 삶의 신앙고백이자 앞으로 살아갈 토대가 됐다. 구순을 넘긴 지금도 매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나님을 만난 삼각산에 산기도를 하러 다닌다. 그때마다 내 생명이 살아남을 느낀다.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