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대선 경선이 룰을 둘러싼 내홍으로 연일 시끄럽다. 특히 중도층을 흡수하려는 노력보다 강성 지지층에만 기대는 선거 전략에 치우쳐 있어 실망스럽다. 대선은 그 결과 못지않게 치열한 경선과 본선 과정을 통해 유권자 전체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다음 정부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어 줘야 하는데 여야 모두 이와는 한참 거리가 먼 셈이다.
무엇보다 퇴행적인 것은 경선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4일 당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어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에 국한) 50%로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 룰을 확정했다. 지난 18~20대 대선 때는 당원과 일반국민이 경선 선거인단에 참여해 똑같은 1표를 행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당원만의 투표권에 더해 역시 민주당 지지층 위주의 여론조사가 반영되면서 당원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이다. 이런 룰이 강성 당원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이재명 전 대표에게 유리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른 주자들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김두관 전 의원은 결국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당원권 강화와 역선택 방지 차원이라고 하지만, 중도층 표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선 결과에 유권자가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 의문이다. ‘추대 전대’ 비판 속에 경선이 치러진다면 ‘컨벤션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여당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민의힘은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하는 1차 경선을 100% 국민여론조사로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뜯어보면 무늬만 100% 국민여론조사다.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역선택을 막기 위해 조사 대상을 여당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한정해서다. 유승민 전 의원이 경선 불참을 선언한 것도 같은 이유다. 여당이야말로 지금 중도층 표심과 경선 흥행이 절실한데 왜 이런 룰을 채택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여당은 룰만 후퇴한 게 아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초래된 대선인데 반성과 변화의 모습은커녕 일부 후보들은 아직도 ‘윤심(尹心) 마케팅’으로 표를 호소하고 있다. 또 여전히 탄핵의 수렁에서 못 빠져나온 듯 찬탄파와 반탄파로 나뉘어 서로를 흠집내는 데 골몰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고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해 대선에서 이기겠다지만 후보들 하는 모습은 영 딴판이다. 이러니 후보가 10명 안팎인데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차출론 같은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것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