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피해 로힝야족 도우러 한국교회 달려갔다

입력 2025-04-15 03:01 수정 2025-04-15 08:15
말레이시아 업드림난민학교의 김영식 선교사가 4월 초 홍수로 침수된 조호르주 조호르바루 로힝야족의 한 가정을 방문해 구호품을 나누고 있다. 김 선교사 제공

한국교회 사역자와 성도들이 말레이시아에서 미얀마 난민으로 힘겹게 살아가던 중 홍수로 마을이 완전히 침수되는 어려움까지 겪게 된 소수민족 로힝야족을 위해 직접 구호에 나섰다.

서울 강북구 우이중앙교회(윤용현 목사)는 지난 1일부터 약 일주일간 말레이시아 조호르주 조호르바루의 한 강가 마을을 찾아 홍수 피해를 본 150여 가정에 담요 분유 식량 옷 생필품 등 구호품을 전달했다. 현장을 찾은 건 이 교회 청년부 담당인 서정모 목사 등 교역자 세 명과 초등생부터 성인 등 성도 9명으로 꾸려진 긴급 구호팀이다.

우이중앙교회는 선교 협력 관계를 맺어 온 현지 업드림난민학교(Updream refugee school)로부터 로힝야족 학생의 가정과 그 이웃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긴급 구호팀을 꾸렸다. 난민학교의 김영식 선교사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말부터 5일 정도 내린 비로 학생들 집 대부분이 물에 잠겼다”며 “10년 넘는 사역 동안 지붕이 잠길 정도로 비가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집에 찼던 빗물이 다 빠지고 난 뒤의 모습은 처참했다. 긴급 구호팀을 이끈 서 목사는 “집에는 곰팡이가 피었고 악취가 심했다. 마을엔 쓰레기와 토사가 가득했다”며 “강성 무슬림인 로힝야족이 기독교인을 반기지 않는다고 알았는데, 도움의 손길이 절실해서였던지 구호팀을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고 우리의 기도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난민학교의 학생들은 피해 가정을 방문할 때 구호팀 통역도 자처했다.

2016년 난민학교를 세운 김 선교사는 총회세계선교회(GMS) 소속으로 춘천성도교회를 통해 말레이시아로 파송돼 로힝야족 난민 사역에 집중해 왔다. 그와 윤일란 사모, 다국적 출신의 교사 등 교역자 10명이 6세부터 15세까지 학생 50명을 가르친다. 이번 홍수 피해로 열흘간 결석했던 아이들은 이제 다시 김 선교사의 차를 타고 등교해 오전 8시부터 영어 수학 과학 음악 등을 배우고 있다.

김 선교사는 “난민인 로힝야족은 제대로 된 신분이 없어 공립학교에 다닐 수 없고 일부다처제 전통으로 조혼에 쉽게 노출되는 등 어려움이 크다”면서 “그러나 유학파 음악 교사의 헌신, 현지 한인교회와 한국교회의 도움으로 합창단 활동을 하며 대형 공연장에서 찬양하는 경험 을 통해 꿈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이 계속 공부하면서 복음에 더 다가가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