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속 십자가 메고 11㎞ 걸음마다 “회개·감격”

입력 2025-04-15 03:00
제2회 크로스 로드 참가자들이 14일 고난주간을 맞아 경기도 김포제일교회를 향해 십자가를 지고 걷고 있다. 김포=신석현 포토그래퍼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인 1885년 조선에 첫발을 내디딘 호러스 G 언더우드 선교사는 1887년 첫 당회를 열어 서울 새문안교회를 조직했다. 서울 인근에는 전도인을 보내 복음을 전했고 그 결과 지역마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1894년에는 경기도 김포 걸포로의 유공심 성도의 집에 언더우드 선교사가 찾아와 예배를 드렸다. 김포 복음화의 시작이었다.

11년 뒤 언더우드 선교사는 북변리 땅을 기증해 성도들이 예배당을 세우게 했다. 김포 지역 첫 교회인 김포읍교회였다. 김포읍교회는 현재 김포제일교회 김포중앙교회 누산교회 송마리교회 등으로 분립돼 복음의 지경을 넓혔다.

고난주간을 맞아 김포 지역 언더우드 선교사의 흔적을 돌아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어깨에는 예수님 고난을 상징하는 십자가를 지고 복음의 행로를 따라 걷는다. 김포 지역 문화선교단체 워십퍼스무브먼트(대표 주찬영 전도사)와 교회 연합회인 홀리넷(대표 최재준 목사)이 14일부터 경기도 김포 일대에서 ‘제2회 크로스 로드’를 개최한다. 청년 목회자 성도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언더우드 선교사가 세운 교회를 방문하며 예수님 고난을 묵상한다.

첫날 일정은 아라한강갑문에서 김포제일교회까지 11㎞ 거리였다. 참가자 30여명은 길이 2m, 무게 20㎏의 십자가를 번갈아 짊어졌다. 때아닌 비바람을 뚫고 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힘겨웠다. 하지만 저마다 예수님이 걸어가신 골고다 길을 묵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참가자 김용직(34) 목사는 “십자가가 무거웠지만 내가 지은 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지고 걸었다”면서 “3일 전 목사 안수를 받았는데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결의를 다진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목사는 “예전에는 막연히 잘 섬기는 목회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먼저 예수님 은혜와 고난을 깊이 묵상하고 그것을 성도들에게 전하는 데 힘써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케냐 선교사인 최광선(53) 목사는 “언더우드 선교사의 열정을 통해 한국에 하나님의 복음이 전파된 놀라운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게 돼 감사한 마음”이라며 “멀리 떨어진 케냐에 있다 보면 외로울 때도 있는데 140년 전에 먼저 같은 길을 걸었던 선배의 흔적을 보며 그 마음을 가지고 복음의 열정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크로스 로드는 사흘간 누산교회는 물론 언더우드 기념비가 있는 걸포중앙공원 등을 걷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오는 18일엔 김포 애기봉을 찾아 북녘을 바라보며 통일을 위해 기도한다. 19일엔 십자가 체험 부스 운영과 찬양 버스킹, 20일 부활주일에는 김포시기독교총연합회와 함께 드리는 연합예배가 이어진다.

주찬영 전도사는 “고난주간 예수님의 사랑을 묵상하며 십자가를 통해 교회 연합을 이룰 수 있어 감사하다”며 “하나 된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나라와 민족을 품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통일 한국의 미래를 꿈꾸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포=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