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내란 재판, 정치적 목소리 없이 온전히 법원에 맡겨야

입력 2025-04-15 01:10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형사재판이 14일 시작됐다. 검찰은 그를 ‘피고인’이라 칭하며 비상계엄이 “국헌 문란 폭동”임을 강조했고, 윤 전 대통령은 “몇 시간짜리 사건을 내란으로 구성했다”면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첫 공판의 통례와 달리 검찰은 1시간 분량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해 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그 자료를 다시 스크린에 띄워 달라 요청한 윤 전 대통령은 조목조목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 탄핵심판을 통해 한 차례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사안임에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재개됐다.

이 재판은 한국 민주주의 시스템과 대통령의 권한에 대해 중요한 기준점을 설정하는 과정이다. 징계 절차인 탄핵심판에서 정교하게 다루지 못한 부분까지,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이 법정은 두루 살피게 된다. 재판의 결과는 앞으로 대통령이 될 이들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과 결코 넘어서는 안 될 선,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할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일러주는 잣대로 남을 것이다. 그 엄중한 과정은 무엇보다 공정해야 하고, 시비와 잡음이 없어야 한다. 사법부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행위가 재판 과정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을 경계해야 할 때다.

특히 조기 대선과 맞물려 진행되는 터라 재판 내용에 대한 정치권의 왈가왈부는 예기치 않은 파장을 낳을 수 있다. 탄핵심판에서 보았듯이 그런 목소리는 우리 사회에 갈등을 부추길 뿐, 실체적 진실 접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판부가 독립적, 객관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차분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사법부의 신뢰와 권위를 떨어뜨리는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했다. 이는 민주사회의 근간인 법치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법원 판결에 정치적 잣대를 드리우는 행태를 이젠 멈춰야 한다. 그래야 정당하게 재판받을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다. 매우 정치적인 사건을 다루는 이 재판이 독립된 사법권을 바로세우는 첫 단추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