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후보 우원식 당선 후
강성 지지층 항의 탈당 러시에
지도부 당원 중심 정당화 선언
권리당원 후보 선출권 강화한
6·3 대선 경선 룰은 예고된 것
당원 의사 반영 확대는 옳지만
당내 의견 개진 봉쇄되면 안 돼
외연 확대에 걸림돌 될 가능성
강성 지지층 항의 탈당 러시에
지도부 당원 중심 정당화 선언
권리당원 후보 선출권 강화한
6·3 대선 경선 룰은 예고된 것
당원 의사 반영 확대는 옳지만
당내 의견 개진 봉쇄되면 안 돼
외연 확대에 걸림돌 될 가능성
더불어민주당의 당원 주권 강화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 중 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우원식 국회의장이다. 그가 지난해 국회의장 후보자 경선에서 추미애 의원을 꺾으면서 당내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22대 총선 전부터 당원 주권 강화 열풍이 불었다.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 룰 결정 과정에서 강성 지지층은 ‘현역 의원에 대한 당원 평가 확대’ ‘경선 때 권리당원 투표 비율 확대’ 등을 주장했다. 비명(비이재명)계를 공천 탈락시키겠다는 의도였지만 그대로 반영되진 않았다. 당의 의사결정에 불만을 갖고 있던 강성 지지층이 폭발한 계기가 바로 국회의장 후보자 경선이었다.
우원식·정성호·조정식·추미애 4명이 후보로 등록했을 때만 해도 이재명 전 대표는 ‘관여 않겠다’는 태도였으나 강성 당원들이 추미애 후보를 밀어붙이자 친명(친이재명)인 정성호·조정식 후보를 주저앉혔다. 양자대결에선 추미애 후보의 낙승이 예상됐으나 결과는 달랐다. “당선자들의 판단을 당심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던 이 전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항의 탈당이 이어지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결국 당원 중심 대중정당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국회의장단 후보자는 물론 원내대표 선거에도 권리당원의 뜻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대다수가 침묵할 때 총선에 불출마했던 우상호 전 의원이 나섰다. 당 대표나 최고위원, 시·도당위원장 등 당직은 당원들이 뽑는 게 맞지만 선출직 공직자는 민심을 반영해야 하며 원내직은 국회의원이 뽑는 게 옳다는 것이었다. 우 전 의원은 “민주당이 오랜 시간 토론을 통해서 세운 원칙이니 지키는 게 좋다”고 했지만 곧 ‘맛이 간 기득권’ ‘시대정신이 20년 전에 멈춰 선 작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주류도 변하기 시작했다. 당원 주권을 강화한 직접민주주의가 옳은 방향이며, 당원 중심 대중정당이 민주당의 외연 확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
연장선상에서 보면 6·3 조기 대선을 앞둔 민주당의 경선 룰 변경은 새삼스런 게 아니다. 민주당은 경선 방식을 ‘국민참여경선’으로 결정했는데 지난 3번의 대선에서 적용했던 ‘100% 국민 선거인단 투표’와는 차이가 있다. 권리당원에게 50% 투표권이 우선 배정되고, 나머지 50%는 여론조사만 반영돼 일반 국민은 경선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후보 선출 권리를 강화해 당원 주권에 힘을 실었다는 설명이다.
정당 운영 결정권 행사에 당원들의 의사가 더 많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여러 계파가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고 당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당내에서 다양한 정견이 표출될 수 없으면 목소리가 큰 당원들이 권력화된다. 권력화된 당원들이 특정 지도자를 밀면 그 지도자와 당원들의 의사와 다른 이견은 사라진다. 당이 전체주의화 되는 것이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이 전 대표와 친명 인사들 외엔 거의 모든 정치인에 대해 배타적이다. 우 전 의원이 소신 발언을 한 후 원색적 비난에 시달린 일이나 최근 우 의장이 개헌 문제를 언급했다가 며칠 만에 철회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당원 주권을 강화한 민주당의 경선 룰 변경은 분명 이 전 대표에게 유리하다. 궁금한 것은 본선에서도 장점이 될 수 있을지 여부다.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만큼 현재로선 당원 주권 강화가 중도층의 선택을 주저하게 할 만한 요소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우 전 의원과 우 의장마저 배제하는 배타성이 외연을 넓히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의견이 다른 이들을 증오하는 팬덤 정치로는 중도 확장성이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입법부와 행정부 전체를 당의 영향력 아래 둘 수 있다. 정치의 사법화가 만연한 상황에서 사법부 역시 민주당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이다. 민주당의 힘이 강해질수록 이 전 대표와 강성 당원의 일체화를 걱정하는 이들은 늘어난다. 대선 이후의 문제라고 여겨선 안 된다. 대선 이후를 걱정하지 않는 이들은 이미 투표 대상을 결정한 사람들이지만 대선 이후를 걱정하는 이들은 아직 투표 대상을 결정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의 선택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정승훈 논설위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