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꿈꿔온 순간이 이뤄졌다.”
18번 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 1차전. 1m가량의 버디 퍼트가 홀 속으로 사라지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그린에 머리를 숙인 채 한참을 울었다.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가 11년의 기다림 끝에 남자 골프 역대 6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래머로 이름을 올린 순간이었다.
매킬로이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7555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제8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2100만 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마스터스 도전 17번째 만에 입은 그린재킷이다.
대회 후 챔피언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는 “감정 소모가 상당히 많았던 한 주였다. 롤러코스터 같은 라운드,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경기 끝에 ‘최후의 승자’가 돼 앉아 있는 이 자리가 정말 기쁘다”라며 “꿈이 이뤄졌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소감을 이어갔다.
매킬로이는 남자 골프 역사상 6번째로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는 2011년 US오픈, 2012년 PGA 챔피언십, 2014년 디오픈과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지만 마스터스에서 우승은 없었다.
매킬로이는 “1997년 타이거 우즈(미국)가 이곳에서 우승한 걸 TV 중계로 보면서 제 또래라면 그의 뒤를 잇고 싶은 꿈을 가졌을 것”이라며 “선수 생활을 하며 ‘이 멋진 옷(우승자에게 주는 그린 재킷)을 입을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해냈다. 골프 인생에서 단연 최고의 날”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매킬로이는 우승 비결로 앞선 16차례의 실패에서 얻은 경험을 꼽았다. 그는 “매년 오거스타에서 쌓인 경험으로 필요한 샷을 더 편안하게 칠 수 있었던 덕분”이라며 “최근 몇 년간 이 대회 우승자를 보면 어프로치샷이 뛰어난 선수들이었다. 마지막 몇 개 홀에서 보듯 나도 이번 주 어프로치 플레이가 꽤 좋았다”고 자평했다.
그는 “모든 소년, 소녀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자신의 꿈을 믿고, 계속 노력한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라며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 것, 실망에 굴복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 것에 스스로 자랑스럽다. 오늘은 내가 그걸 증명한 하루였다”라고 덧붙였다.
3명이 출전한 한국 선수 중에서는 임성재(26·CJ)가 공동 5위로 최고 성적을 냈다. 2020년 준우승, 2022년 공동 8위에 이어 마스터스에서 개인 통산 3번째 ‘톱10’이다. 안병훈(33·CJ)과 김주형(22·나이키)은 각각 공동 21위, 공동 52위의 성적표를 받아 쥐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