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소(64) 부산 호산나교회 목사는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한국교회가 세상과 똑같은 모습, 즉 화해와 중재보다 반목에 앞장서는 부정적 모습을 보인 점에 대해 “너무나 큰 실수”라고 평가했다. 그는 “세상과 똑같은 소리를 교회가 내는 데 그친다면 더는 교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이후 유 목사는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이제는 한국교회가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사회 질서를 바로잡아 나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목사는 “감정적 대처보다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차분히 질서를 잡아 나가는 역할을 교회가 해야 한다”며 “반목하고 갈등만 하면 결국 이 나라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아, 주의 뜻 가운데 하나를 이루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통령 파면 결정을 어떻게 보셨나.
“개인적인 의견을 떠나 대통령이 파면됐다는 점 자체는, 그것이 타당하든 아니든 우리 민족에 정말 아픈 상처를 남겼다고 본다. 권위가 무너지며 질서도 덩달아 무너진 현실에서 모든 공동체가 피해를 봤다.”
-한국교회 성도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개인적인 견해차가 있겠지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옳고 바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시스템이 그렇게 작동했으니까. 시스템을 부정하기보다는 이후 벌어지는 사회 갈등을 봉합하고 하나로 만드는 일의 중심에 서야 한다.”
-탄핵 정국 당시 한국교회를 향한 인식이 더 악화했다.
“교회의 사회 속 역할은 하나님의 질서를 지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교회는 그 본질에서 벗어나 세부적인 사안에 매몰돼 사회 혼란에서 그 어떤 역할도 못 했다. 이제는 하나님 나라를 함께 이뤄가야 한다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다시 원래 위치를 찾아야 한다. 반목하고 갈등하면 결국 이 나라는 무너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사회의 방향과 질서를 잡아가는 역할, 교회의 진짜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하다.
“그 점이 탄핵 이후 사회의 가장 큰 위협이다. 교회는 이 상황에 관한 판단과 상대에 대한 비난은 잠시 멈추자. 이는 역사에 맡겨두고 이 어려움을 통해서 나라가 오히려 한 단계 더 성숙해질 길을 제시해야 한다. 감정적으로 격앙된 사람들의 소리보다 차분히 상황을 바라보고 근원에 집중하자는 이들의 목소리가 더 설득력을 얻게 해야 한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신 당시 상황이 우리나라 현실과 너무 비슷하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정확하게 십자가의 길로서 답을 보여주셨다. 예수님께서는 정치 문제가 아닌 죄의 문제를 먼저 풀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다. 지금 한국교회에서도 죄라는 십자가를 먼저 지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와 공멸하는 것밖에 안 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속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때야 하나.
“한국교회 일부가 이번에 가장 실수한 것은 세상과 너무 똑같았다는 거다. 세상하고 똑같은 소리를 내면 교회는 그저 세상의 집단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스도인은 세상과는 다른 관점에서 세속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간다는 좀 더 근본적인 가치관에서 정치를 바라보며 적극적인 중보자로 서야 한다.”
-강단에 선 목회자의 메시지는.
“힘들더라도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는 말이 아니라 긍정적인 말, 생명을 살리는 말을 전해야 한다. 한 단계 더 높은 하나님의 뜻을,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의 메시지를 선포해야 한다. 자칫 현실을 선과 악의 대결로 보고 나와 다른 반대편 정치 성향의 사람을 적으로 간주하고 이겨내야 할 악으로 규정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현 정국은 우리 민족의 이야기이다. 한마디로 가족 내의 싸움이다. 한쪽을 악으로 규정하면 결국 자기 신체를 잘라내야 한다는 뜻밖에 되지 않겠는가.”
-한국교회의 과제를 꼽는다면.
“사람들의 마음속에 ‘교회가 정말 진리 위에 서 있구나’ ‘더 성숙한 공동체로서 영향력을 보여주는구나’ 하는 마음을 심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나마 지금 가진 영향력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