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트럼프는 왜 관세를 고집할까

입력 2025-04-15 00:32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 185개국을 대상으로 기본 및 상호 관세를 부과하며 이른바 ‘관세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시장 예상보다 더 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보다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면서 향후 경제 성장에 대한 부담을 반영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그러나 이런 혼돈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단기 고통은 예상했던 바이며, 보다 멋진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국채시장 불안이 커지며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를 3개월 연기했지만 10% 기본 관세와 품목별 관세는 적용되고 있다.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왜 트럼프는 관세 정책을 고집하는 것일까.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핵심은 감세와 관세라고 할 수 있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 법인세 감세를 통해 강한 미국 경제의 성장을 유도한 바 있기에 이번에도 추가 법인세 감면 및 소득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감세는 기업의 투자를 자극하고, 개인의 소비를 늘리는 데 도움을 주기에 미국 경제 성장에는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상당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의 감세는 되레 미국의 부채 리스크를 키우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고안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관세다. 관세를 통해 다른 국가로부터의 수입에서 세금을 걷겠다는 것인데, 실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참모인 피터 나바로는 관세를 통해 연 6000억 달러 이상의 재정 수입을 기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관세는 다른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수입하는 국가의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지만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가의 기업들에 미국 시장은 워낙 중요하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므로 관세 부과분만큼 가격에 전가시키면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이 경우 수출 국가 기업들이 손실을 떠안게 될 수 있기에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관세를 통한 재정적자 감축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90일의 유예가 적용됐지만 이번에 각국에 부과된 상호관세율은 상당히 높기에 수출 국가들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트럼프는 미국에서 생산할 경우 관세가 면제될 수 있어 미국으로 제조업 설비를 들여올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 내 설비투자가 늘어날 경우 일자리가 증가해 미국 내 제조업 부활을 꾀할 수 있다. 관세가 재정적자 축소 및 제조업 활성화의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폭넓은 협상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을 제한하도록 요구하며 보편관세를 적용했다. 브릭스 국가들이 자신들의 블록에서 달러 외 다른 통화를 사용할 것이라는 소식에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경고하는가 하면, 베네수엘라의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에는 25%의 관세 적용 역시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빠른 휴전을 위해 협상 지연 시 러시아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트럼프의 발언 역시 관세가 미국이 다른 국가와 진행하는 다양한 협상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듯 관세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에 핵심이라 할 수 있어 1기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상호관세가 부과된 지난 2일은 관세 이슈의 끝이 아닌 관련 협상의 시작이며, 관세를 둘러싼 각국의 다자 간, 그리고 양자 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수 있다. 현재진행형인 관세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만큼 이에 따른 글로벌 경제에 대한 충격파 역시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