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대형화의 무서움을 여실히 보여줬다. 피해 면적은 서울의 75%에 이르는 4만5167㏊로 1986년 산림청이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3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수많은 이재민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산불 대형화는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의 고온건조화, 예측 불가능한 강풍과 돌풍이 주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 초 미국 LA 산불은 25일간 지속됐다. 국내도 2019년 강원도 고성·속초, 2022년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 산불을 겪으며 산불 대형화는 이미 뉴노멀이 돼가는 중인데, 재난대응 시스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산불을 겪으면서 예방과 초기 대응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당장 시행해야 할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국내 산불의 90%는 실화에 의해 발생하는데, 원인으로 지적된 농업 부산물이나 쓰레기 소각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농촌지역 고령화를 감안하지 않고, 폐기물 수거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소각만 금지한다는 건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농촌 어르신들이 소각을 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농업 부산물과 쓰레기 수거 시스템의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둘째, 임도가 부족해 대형 진화 장비를 투입하지 못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임도 설치가 환경을 파괴하고 산불 바람길 역할을 한다는 환경단체의 비판이 있지만 공중 진화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지상 진화가 입체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사유림이라도 꼭 필요한 지역이라면 국가 차원의 피해를 막기 위해 행정력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 대형 헬기 등 초기 진화에 필요한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헬기 부품의 적기 수급을 통해 가동률을 높이는 것과 전 세계 산불 대형화로 헬기 대여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부족한 헬기를 조기에 미리 확보하는 조치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넷째, 산불 확산 속도를 늦춰 대형화를 막는 지연제가 이미 개발돼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보유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거의 없고 산림청 보유 물량도 부족하다. 실시간으로 산불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도 2중, 3중으로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 산불 대응 조직을 확대하고 예산 지원을 통해 365일 상시 대응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상 예측을 기반으로 산불 취약지역을 선정해 연중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산림 인근 주택은 살수 장치와 같은 산불 대비 설비를 의무화하고, 주택과 산림의 이격거리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강원도 대형 산불 이후 많은 전문가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한 산불 재난 대응의 근본적 개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채 경북 산불을 맞았다. 더 늦기 전에 예방 대책이 조속히 시행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주 시작된 국회 기후특위가 기후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역할을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이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