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 1·2위, 관세 맞서 손 잡나… 포스코, 현대제철 美공장 투자 검토

입력 2025-04-14 00:41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건설할 예정인 전기로 제철소에 대해 국내 1위 철강사 포스코가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내수 부진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산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등 철강업에 닥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 포스코의 지분 투자가 현실화하면 국내 철강 1·2위 업체가 미국 현지에 제철소를 지어 트럼프 행정부 관세 장벽에 ‘원팀’으로 맞서는 첫 사례가 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현대제철 미국 제철소에 대한 지분 투자를 포함, 미국 투자와 관련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오는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제철소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강판에 특화한 이 제철소는 연간 270만t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투자금 총 58억 달러(약 8조5000억원) 가운데 절반은 외부 차입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제철 등 계열사 및 기타 투자자와 지분 출자를 협의하는 단계에서 포스코가 유력 파트너로 급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장인화 회장 체제 출범 이후 미국 등 현지 생산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왔다. 고율 관세 부담을 줄이고 미국 내 철강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려면 현지화 전략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한국산 철강에 연간 263만t 규모의 무관세 수출 쿼터를 설정한 데 이어 트럼프 2기 들어서는 쿼터를 폐지하는 대신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수출은 포스코에도 부담 요인이 됐다.

장 회장은 지난달 31일 창립 57주년 기념사에서 “미국과 인도 등 철강 고성장·고수익 지역에서 현지 완결형 투자와 미래 소재 중심의 신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포스코가 반제품을 완제품으로 만드는 하공정뿐 아니라 미국이나 인도 현지에서 쇳물을 직접 뽑아내는 상공정까지 갖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다만 이번 거래가 성사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미국 현지 조강 생산량 일부를 가져가는 안을 현대제철과 협의하고 있어 넘어야 할 변수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미국 투자와 관련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시점에서 확정된 바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