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연속 판매량이 하락하는 등 부진의 늪에 빠졌던 국내 전기차 시장이 반등의 기미를 보이는 모습이다. 정부가 최근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하기로 발표하면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3만3483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만5550만대보다 31% 늘어난 수치다. 1월 2378대, 2월 1만3247대, 지난달 1만7857대가 팔렸다.
연초에 전기차 구매가 증가한 것은 무엇보다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규모를 이른 시기에 확정한 게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환경부는 지난 1월 2일 보조금 개편안을 발표하고, 같은 달 15일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확정했다. 지난해엔 2월 20일 확정안을 발표했었다. 통상 전기차 보조금은 국비 보조금 발표 이후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별 보조금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른 발표가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급형 신차 등장도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출시된 기아의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5065대)와 현대자동차의 캐스퍼 일렉트릭(2724대)이 지난 1분기 국내 전기차 판매 순위 1, 2위를 차지했다. 두 차량은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내놓은 가성비 모델이다.
현대차, 기아, KG모빌리티 등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가격 인하, 무이자 할부, 신모델 가격 인상 최소화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낸 점도 판매량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한 달 빠르게 보조금을 확정한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할인 확대와 중저가 모델 등장 등으로 경제성이 높아진 것이 소비자들의 선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혜택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자동차 생태계 강화를 위한 긴급 대응 대책’을 내놓고 기업 할인 연계 보조금 구간에 700만원 이상의 할인 구간을 신설했다. 또 할인 폭에 따른 보조금 비율을 40%에서 80%까지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이에 따른 보조금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 조치 후 할인 폭이 커지는 만큼 전기차 판매량이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