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상화가 이번 주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등록 후 수업을 거부하는 ‘벼랑 끝 전술’을 펴는 의대생에 대한 유급 시한이 도래하기 시작한다. 대규모 유급 사태가 발생할 경우 내년 의대 교육 현장에는 2024~2026학번이 1학년이 되는 ‘트리플링’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조만간 전체 의대의 수업 복귀 규모를 집계해 2026학년도 모집인원 확정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정부 기대보다 수업 참여 학생이 적으면 3058명이 아닌 원칙대로 현재 의대 정원인 5058명을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연세대와 고려대 등은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한 의대생들의 유급 처분을 이번 주 결정한다. 연세대 의대는 오는 15일 본과 4학년 48명에 대한 유급을 확정할 예정이다. 고려대는 본과 3, 4학년의 절반이 넘는 110여명에 대해 유급 예정 통보서를 보낼 계획이다. 아주대, 인하대, 전남대, 전북대 등에서도 조만간 수업 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유급 처분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순은 각 의대 유급 시한이 도래하는 시점이다. 대학마다 차이가 있지만 통상 의대 전체 수업의 일수의 4분의 1을 채우지 못하면 유급 처리한다. 각 의대에선 유급 처분을 내리지 않기 위해 개강 시점을 미뤄왔다. 학년별로 수업 복귀 분위기에는 온도차가 있었다. 예과와 본과 1, 2학년보다는 본과 3, 4학년 고학년들을 중심으로 수업 복귀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생 단체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톨릭대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울산대 의대 학생 대표들은 지난 9일 공동성명서에서 수업 거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경희대 의대생들은 최근 내부 투표를 거쳐 수업 거부 투쟁을 의결했다. 아주대 의대 2025학번 신입생 109명도 선배들과 함께 수업 거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의대생은 “유급되더라도 구제된다는 낙관론이 퍼져있다. 교육부는 내년 트리플링을 감당할 수 없고, 복지부는 의사 배출 중단을 감당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의대 학장은 “(트리플링이 발생하면) 교육 분량을 절반 또는 3분의 2로 줄이지 않는 이상 교육은 불가능하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 몫”이라고 했다.
정부와 대학은 수업에 들어오지 않으면 유급 처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발표를 두고 정부 내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58명 선발안을 조기 확정해 의대생 수업 복귀를 유도하자는 온건론과 수업 참여도가 낮으면 ‘증원 0명’은 불가하다는 원칙론이 맞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 모집인원을 두고 대입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어서 정부가 이번 주 가닥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대선기획본부 출범식을 열었다. 또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의대 정원 조정 등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의료계 목소리를 높이려는 포석이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