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기타 전자제품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국내 전자제품 제조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에 대해서는 향후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미국 정부가 부과하는 상호관세 대상에서 스마트폰과 노트북 컴퓨터, 컴퓨터 프로세서, 메모리칩,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을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국내 전자제품 제조 기업들은 트럼프발(發) 관세 위험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체 스마트폰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베트남에서 제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이 베트남에 46%의 상호관세율을 매기면서 삼성전자의 미국 사업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이번 상호관세 예외 방침에 따라 이러한 부담을 크게 덜었다.
스마트폰 관련 부품 업계에도 이번 조치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이 아이폰의 카메라 모듈, 디스플레이 등의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아이폰을 중심으로 애플과 글로벌 밸류체인을 형성한 국내 기업들의 중간재 생산에도 별다른 관세 부담이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이번 관세 유예가 일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곧 또 다른 유형의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전자제품 업계와 달리 공급망 이전 압박을 받고 있는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와 관련해 오는 14일 구체적인 답을 주겠다고 밝히면서 이전과 다른 수준의 관세가 부과될 것을 암시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곧 발표될 품목별 관세 정책에 따라 대미 투자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대만 TSMC가 선제적으로 미국에 1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발표를 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대미 투자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상황이다. 이미 두 기업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각각 370억 달러, 38억7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 이전이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내와 중국에 주요 제조기지를 둔 반도체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