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자제품 상호관세 철회에 “관세전쟁 첫 승리” 환호하는 中

입력 2025-04-13 18:45 수정 2025-04-13 18:47
미국 정부가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 12일(현지시간) 서울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 스마트폰과 태블릿컴퓨터 등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중국 관영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주요 전자 제품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 제외하자 이번 관세전쟁에서 중국의 첫 승리라며 반겼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인민들이 고통을 감내하게 만들 각오가 돼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아픈 곳을 들켰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뉴탄친은 13일 전자 제품 상호관세 면제 조치를 트럼프 행정부의 첫 패배로 평가했다. 뉴탄친은 “많은 사람이 사상 최대 규모의 이번 관세전쟁에서 중국과 미국 중 누가 먼저 눈을 깜빡일지(물러설지)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이 먼저 인내심을 잃었다”면서 “중국은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관세전쟁으로 자국의 기술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현실에 직면해 “트럼프 행정부가 고개를 숙인 것”이라며 “외신들은 이번 조치를 트럼프 행정부가 또다시 후퇴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매체 시나재경은 “이번 상호관세 면제 대상이 된 전자 제품 수출액은 중국의 대미 수출액에서 20~25%를 차지한다”면서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관세를 완화할 것이라는 첫 신호”라고 강조했다. 시나재경은 ‘트럼프 정부의 또 한 번의 후퇴는 스스로 얼굴을 때리는 서커스와 같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혼란스러운 미국의 관세 정책이 기본적인 확실성을 상실했다”면서 “세계는 처음에 분노했지만 이제는 냉정하게 관망하고 있다”고 짚었다.

NYT는 중국과 강대강 관세전쟁을 이어가던 트럼프에게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세계 모든 나라에 상호관세를 부과해 증권시장에 투매 열풍이 일고 수조 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했을 때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은 견디지 못하고 “눈을 깜빡였다”는 것이다.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함으로써 국채 수익률 급등과 같은 미국 경제의 적신호 앞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음을 트럼프가 인정했다는 의미다.

반면 일당독재 국가인 중국은 경제난과 민생파탄 등 심각한 부작용을 감수하고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NYT는 주장했다. 중국 출신 망명 소설가 하오췬은 최근 엑스에서 “관세, 심지어 경제 제재는 시진핑이 압력을 느끼는 지점이 아니다”며 “그는 관세가 보통 사람들에게 끼칠 수 있는 고통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름이 알려진 회사나 기업가가 무역전쟁에 관해 불평한 게 있는지 최근 며칠간 중국 소셜미디어를 뒤져봤지만 단 한 건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급여가 깎이거나 거래가 끊겼다고 한탄하는 일반인들은 ‘민족주의’ 누리꾼들에게 “비애국적”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어떤 고통도 무릅쓰고 미국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강경론자들이 득세하고 있다고 짚었다.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연일 결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1일 방중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만나 “중국은 70여년간 스스로의 힘으로 발전했고 어떤 부당한 압박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이 일방적 괴롭힘을 함께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왕이 외교부장도 미국에 “제멋대로 행동하지 마라”고 경고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