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사진)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민의힘 일각에서 띄우는 대선 차출론에 일단 거리를 두면서도 명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당장 14~15일 진행되는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등록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보수 진영에선 ‘무소속 출마 후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시나리오도 거론되지만 한 권한대행 주변에선 “대선 출마 설득에 진전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3일 통화에서 “한 권한대행은 대선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며 “별도로 입장을 밝힐 계획도 현재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주는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 경과보고를 받고,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관세 대응책을 준비하는 등 통상 문제와 민생 현안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권한대행은 참모진에게도 의중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출마를 설득하는 국민의힘 의원에게 “내가 자격이 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권한대행이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할 것이란 기류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이 조만간 사퇴할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른바 ‘꽃가마’론이 거듭 회자되고 있다. 대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인 5월 4일 이전 한 권한대행이 총리직에서 물러나 무소속으로 입후보하고, 경선을 통해 선출된 국민의힘 후보와 ‘1대 1’로 단일화하는 방안이다. 한 권한대행 출마를 설득하는 쪽에서는 “사퇴 시한까지 아직 여유가 있다”며 “몸값을 올리면서 출마 명분을 찾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출마 가능성이 없다면 이렇게 많은 의원이 시간을 들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경선에 출마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 나경원 의원 등이 모두 한 권한대행 출마에 부정적이라는 점은 변수다. 특히 ‘한덕수 차출론’이 주로 친윤(친윤석열)계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장력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설득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본인 스스로 출마 자격과 명분에 의구심을 가진 것으로 안다”며 “지금의 출마 요구가 민의라기보다 보수 특정 진영의 바람 아니냐는 인식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 주변에서도 “정치에 뜻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는 관측이 여전히 우세한 상황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