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관세 폭격이 세계 경제를 불확실성의 수렁에 빠트리면서 한국 경제에 ‘0%대 성장’ 공포도 커지고 있다. 관세 전쟁 포문을 연 미국이 올해 마이너스(-) 성장 우려에 직면했고, 한국도 기존 1%대 중반이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이 0%대까지 후퇴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상호 관세 90일 유예 및 스마트폰·컴퓨터 관세 철회 등 ‘숨 고르기’에 들어간 건 변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국의 ‘관세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중국산 제품의 대체제로 한국산이 자리잡을 수 있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재정 당국은 이번 주초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발표하고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추경안은 재난·재해 대응 및 통상 및 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3대 분야가 중심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경 증액 및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에 대한 탄핵 청문회 추진에 나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지만 정부와 국회 모두 ‘재정 역할론’에는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예상보다 강력한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에 추경을 통한 경기 부양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근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등이 한국은행 학술지 ‘경제분석’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정부 지출이 1원 늘 때 GDP는 1.45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침체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앞서 영국 리서치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E)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0.9%로 제시한 데 이어 JP모건도 기존 0.9%였던 전망치를 0.7%까지 낮춰 잡았다.
전문가들도 미국의 관세 추이 및 추경 여부에 따라 성장 전망이 아래를 향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차기 정부의 확장 재정에도 트럼프 관세가 강공 일변도로 흐를 경우 0%대 성장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현 관세 수준과 추경 규모에선 연간 성장률이 0%대 후반에서 1%대 초반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임기 초부터 빠르게 무역 전쟁 전선을 확대한 트럼프 대통령이 ‘속도 조절’에 들어섰다는 시각도 있다. 관세 조치 발표 후 미국 국채에 대한 매도세와 증시 폭락, 물가 상승 우려 등 부정적 반응에 상호 관세 유예 및 중국과의 협상 의지를 내비치는 등 ‘일시적 타협’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국과의 패키지 협상과 함께 중국산 수출품의 대체재로 한국산 제품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최대한의 우대를 끌어내고, 미국 내 중국산 제품의 한국산 대체 및 수출 시장 다변화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이의재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