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경제 전문가들이 미국 경제성장 전망치를 대폭 낮추면서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추정치는 높였다. 이들이 전망하는 경기 침체 가능성도 2배 이상 높아졌다. 모두 트럼프발 ‘관세 폭탄’의 영향이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8일 경제학자 등 64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0.8%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 조사 때의 예측치(2% 성장)와 비교하면 급락한 수치다. 1월에 전문가들은 관세로 인해 올해 GDP 성장률이 0.2% 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예측치가 이번에 더 크게 하향 조정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규모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컸음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경기 침체 가능성은 1월 22%에서 이번에 45%로 급상승했다. WSJ는 “이들의 전망이 바뀐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사람이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무역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만약 이 수치가 정확하다면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었던 2020년 이후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12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3.6%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1월 예측치(2.7%)보다 높다. 다만 내년 전망치는 2.6%로 유지했다. 이는 관세가 장기적인 인플레이션보다는 일시적인 물가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의 실업률 평균 예측치도 4.3%에서 4.7%로 높아졌다.
경제분석업체 이코노클라스트의 마이클 코스그로브는 “트럼프의 관세를 협상 도구로 봤기 때문에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며 “이제는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두고 고민 중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0.00~0.25%)으로 인하하며 경기 침체 조짐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져 파격적인 금리 인하에 쉽사리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WSJ는 “전문가들은 12월까지 2번, 내년 2번의 인하를 거쳐 금리가 3.25~3.5%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