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결정 기로 놓인 애플, 생산지 다변화 딜레마

입력 2025-04-14 00:38
게티이미지

스마트폰 조립·생산을 중국에 의존해 온 애플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대(對)중국 관세 정책에 휘말려 전략 수정 기로에 놓였다. 미국으로 공장을 들여오자니 고임금으로 인한 비용 상승을 감당하기 어렵고 신흥국 생산을 늘리자니 불확실성이 커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수년이 걸리는 리쇼어링(생산기지 국내 복귀) 작업이 차기 행정부로부터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리스크도 크다.

13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애플 아이폰 물량의 80%는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인 허난성 정저우에 있는 폭스콘 공장은 30만명에 달하는 단순조립 노동자를 고용해 아이폰을 생산한다. 그 외 주목할 만한 생산지는 인도(20%) 정도로, 출하량이 중국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사실상 애플의 아이폰 생산은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애플은 소프트웨어·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작업은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 담당하고 기술력이 필요 없는 부품 조립 같은 단순 노동 작업을 중국에 맡기는 전략을 택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대중 관세 정책으로 145%에 달하는 막대한 관세가 부과되며 애플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미국 내 2위 스마트폰 사업자인 삼성전자만 해도 베트남·한국·인도 등에 스마트폰 생산기지가 분산돼 있다. 이들 국가도 상호관세를 피해가지는 못했지만 우선 90일간 관세 부과가 유예되며 한숨 돌린 상황이다.


대중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아이폰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지만 애플은 아직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미국에 생산기지를 옮기자니 인건비 폭등이 문제다. 중국 폭스콘 공장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시간당 3달러 안팎으로 미국 단순노동자 평균임금(약 25달러)과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투자은행 UBS는 현재 1199달러에 판매되는 아이폰16프로맥스 모델 가격이 리쇼어링 이후에는 67% 올라 2000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애플이 공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입을 손실까지 고려하면 애플 전체 공급망의 10%를 미국으로 들여오는 데만 3년의 시간과 300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에 있어서 차악의 선택지는 제2 생산국인 인도지만 당장 대안으로 쓰기에는 여의치 않다. 인도의 제도·환경적 여건은 중국을 바로 대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인도는 중국과 달리 정치권의 개입과 노동조합 쟁의로 인한 생산 중단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탓에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생산기지 다변화라는 중대 결정을 ‘4년짜리 대통령’에 걸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가 180도 다르듯이,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지금과 분위기가 크게 바뀔 수 있다”며 “다음 대선에서 미국 내 리쇼어링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후보가 당선될 경우 애써 들인 비용과 노력이 물거품이 돼버릴 부담을 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