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현실화 폐기 방침 오리무중

입력 2025-04-14 01:24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방안 폐기도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정부에 반대 입장을 시사해온 가운데 향후 정책방향을 두고 폐기, 수정·보완 등의 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부동산가격공시에관한법률’ 개정안 두 건이 지난해 9월 이래 국회에 계류 중이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한 공시지가의 인위적 인상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회와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아직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못 올라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정부 공시가격 현실화방안(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시세의 60%선이던 공시가격을 2035년(공동주택은 2030년) 90%까지 올리는 것을 주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하락기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의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윤석열정부 들어 폐지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지난해 윤석열정부는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고 공시지가에 시장가만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다만 현실화 로드맵 폐기안이 국회에 계류돼있어 새 산식을 현장에는 적용하지 못하고 임시 방편으로 기존 산식의 현실화율을 2023~2025년 3년 연속 69%로 동결해왔다.

하지만 조기대선을 앞두고 시장가 반영 방침은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도 현실화 로드맵 폐기안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추진력을 얻기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폐기부터 조정 또는 재설계까지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정부 방침대로 현실화 로드맵을 완전히 폐기하거나, 폐기를 전제로 하되 속도조절을 통해 점진적으로 추진하자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유사한 시세를 가진 건물임에도 공시가격에 지나치게 큰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균형성 제고’를 우선과제로 삼자는 의견도 유력하게 검토되는 분위기다. 한 국책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은 “균형성 제고는 현행 과제로 지속되고 있지만, 새 정부 출범 시 추진 속도가 현 정부 대비 빨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시장의 혼란도 불가피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 3년간 공시가 현실화율을 동결했는데 기존대로 돌아가기라도 하면, 시세 대비 70~80%를 반영해야 하므로 보유세 부담이 확 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