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올 1분기에 통보한 무역기술장벽(TBT) 건수가 분기 최다인 1334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 등 무역 선진국의 TBT 통보 건수 증가가 두드러졌다. 미국의 관세 전쟁 이전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올 1분기 TBT 통보 건수가 전년 동기(1191건) 대비 12.0% 늘어난 1334건이라고 13일 밝혔다. 분기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많다. TBT는 국가 간 상이한 기술규정 등을 적용해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저해하는 기술 규제로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이다.
한국의 3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에서 통보한 건수가 급증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은 1년 전보다 29.4% 늘어난 132건을 통보하며 전체 WTO 회원국 중 가장 많은 건수를 통보했다. ‘트럼프 2기’ 관세 전쟁 이전부터 비관세 장벽을 높이 쌓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무역 강국들도 비슷하다. 중국과 EU도 각각 전년 대비 23.4%, 100.0% 늘어난 79건, 28건의 신규 TBT를 가동했다.
TBT가 환경·안전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미국의 경우 뒷자석 안전벨트 착용 경고 시스템 의무화나 화장품 제조 시 독성물질 사용 제한 등의 기술 규제가 두드러졌다. 중국은 화재장비나 조명 등 생활용품 안전 규제를 대폭 재·개정해 TBT 건수를 늘렸다. 김대자 국표원 원장은 “미국 관세 부과와 더불어 TBT까지 증가하며 수출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