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구도가 오세훈 서울시장에 이은 유승민 전 의원의 이탈로 크게 출렁이고 있다. 이들은 보수진영 내 대표적인 ‘중도 확장’ 카드로 꼽혀 왔지만 예비후보 등록도 하기 전에 출마를 접었다. 반대로 ‘반탄(탄핵 반대)파’ 인사들은 잇달아 경선에 뛰어들고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나경원 의원은 공동전선을 펼쳤고, 윤상현 의원도 대선 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오 시장 등의 경선 포기로 12·3 비상계엄과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고리로 한 국민의힘 주자 간 합종연횡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찬탄(탄핵 찬성)파’의 경우 뭉치지 않으면 경선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경선이 반탄파와 찬탄파 간 세력 대결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유 전 의원과 오 시장은 경선 불출마 입장을 밝히면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번 대선의 핵심 변수로 꼽히는 중도층 민심과 반대 방향으로 당이 가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보수 대통령이 연속 탄핵을 당했음에도 당은 제대로 된 반성과 변화의 길을 거부하고 있다”며 “보수의 영토를 중원으로 넓히기는커녕 점점 쪼그라드는 행태가 할 말을 잃게 한다”고 직격했다. 오 시장도 지난 12일 “탄핵 결정 이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너도나도 대선 후보가 되겠다고 나서는 분위기가 과연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오 시장과 유 전 의원이 레이스에서 빠지면서 국민의힘의 중도층 공략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사람의 이탈에 대해 한동훈 전 대표는 “오 시장에 이어 유 전 의원이 큰 결단을 내렸다”며 “두 분 선배의 말씀대로 혁신과 확장을 무기 삼아 중도층을 설득해 이재명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을 꼭 이기겠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안철수 의원도 “유 전 의원의 깊은 고민에 공감한다”며 “저 안철수가 보수의 외연을 중원으로 넓혀 반드시 이재명을 이기겠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는 김 전 장관과 나 의원은 12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햄버거 회동’을 갖고 청년·노동 문제를 논의했다. 탄핵 반대를 공통분모로 한 이들의 회동을 두고 ‘윤심(尹心)’ 연대라는 평가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윤심의 향배와 영향력 정도가 국민의힘 경선에 중대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사저로 이사하면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나를 밟고 지나가라’는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윤석열 대 이재명’ 대선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