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차출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제도 국민의힘 성일종, 박수영 의원이 “한 대행은 시대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며 대선 출마를 촉구했다. 두 의원 외에도 당초 어제 여당 의원들이 단체로 기자회견을 열어 한 대행 출마를 요청할 계획이었으나 당 지도부가 자제를 당부해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앞서 며칠 전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한 대행 차출론에 대해 “경쟁력 있는 후보가 당내 경선에 많이 참여하면 할수록 좋다”고 말했고, 호남 지역 당협위원장들도 출마 촉구 회견을 여는 등 당내 출마 군불 때기가 줄을 잇고 있다.
한 대행 차출론 배경에는 오랜 국정 경험과 함께 안정적인 리더십으로 탄핵 사태 이후 정부를 이끌어가기에 적합한 후보라는 평가가 있다. 통상 전문가여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전쟁에 대응하기에도 좋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도와 2년 반 넘게 국정을 이끌어오면서 탄핵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고, 지금처럼 나라 안팎으로 위기가 한꺼번에 몰려온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마저 대선에 뛰어드는 게 과연 적절하냐는 논란도 거세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는 한 대행 차출론을 놓고 ‘친윤계 기획설’ 또는 ‘윤심(尹心) 작용설’ 등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 대선주자들은 국정 공백을 우려하며 한 대행의 출마를 반대하고 나섰다.
진위야 어떻든 결국 대선 출마 여부는 한 대행 본인이 결정할 사안이다. 하지만 대통령 부재 상황에서 권한대행마저 출마 문제로 오래 시간을 끄는 것은 결코 국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관세전쟁으로 경제가 휘청거리고 시시각각 정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일이 계속 쌓이고 있는 때에 또다시 국정 컨트롤타워의 거취를 둘러싼 혼선이 생기면 국정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그런 사정은 대외 신인도나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한 대행이 출마 여부에 대해 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출마를 안 한다면 이를 가능한 한 일찍 알리는 게 국정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고, 관세 전쟁 대응에도 더 집중할 수 있다. 반대로 출마하겠다면 이 역시 빨리 정해야 차기 대행이 국정 운영에 더 잘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여권 일각에선 선거에 나가는 공직자의 사퇴 시한이 오는 5월 4일이어서 여당 대선 후보가 확정되는 5월 3일 전후로 한 대행이 사퇴하고 이후 단일화하면 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그로 인한 대선 관리의 공정성 시비나 여야 정쟁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기에 역시 바람직한 시나리오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