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12일(현지시간) 오만에서 약 10년 만에 최고위급 핵 협상을 열고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 모두 협상 결과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담당 특사와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 등 양국 대표단은 이날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서 약 2시간30분 동안 핵 협상을 벌였다.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회담은 매우 긍정적이고 건설적이었으며 미국은 이 이니셔티브를 지지해준 오만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면서 “위트코프 특사는 아락치 장관에게 가능하다면 대화와 외교를 통해 양국의 이견을 해결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양측이 오는 19일 다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락치 장관도 협상 종료 후 이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담 분위기는 회담의 지속성과 진전을 보장할 만큼 긍정적이었다”며 “다음 회의에서 협상의 기초를 확정할 수 있다면 우리는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핵 협상은 오만 외무장관의 중재 속에 간접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양측 대표단은 별도의 공간에 머무르며 오만 외무장관을 통해 서면과 구두로 메시지를 교환했다. 다만 이란 국영 IRIB 방송에 따르면 아락치 장관은 “양측이 회담장을 떠날 때 잠시 대화를 나눴다. 이는 외교적 관례”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이란에 핵 협상에 응하라는 서한을 보내며 2개월 시한을 제시했다. 그는 핵 협상을 제안하며 이란이 핵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으면 이란을 폭격할 수도 있다고 공언해 왔다.
지난 11일에는 “나는 그들이 핵무기를 갖지 않기를 바란다”며 “나는 이란이 훌륭하고 위대하고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지만 핵무기를 가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란 핵 문제는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체결로 해결되는 듯했지만, 트럼프는 집권 1기 때인 2018년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다. 당시 트럼프는 오바마 정부의 합의가 테러를 후원하는 이란 정권에 돈을 주는 ‘재앙적인 협정’이라며 파기했다.
이에 맞서 2019년부터 핵 프로그램을 재가동한 이란은 2021년부터 우라늄 농축도를 준무기급인 60%까지 높이고 비축량도 늘렸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 핵합의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불발됐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