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의 간과 재생의학

입력 2025-04-15 03:06

프로메테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에게 불을 준 영웅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제우스에게 벌 받아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고통을 겪는다. 흥미로운 건 간이 재생돼 고통이 매일 반복됐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재생’ 개념이 생명과 연결돼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프로메테우스의 간처럼 손상 조직이나 장기가 다시 자라난다면, 노화나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지 않을까.

재생의학은 바로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다.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를 원래 상태로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의학이다. 기존 의학의 패러다임은 대체와 보조였다. 무릎 관절이 손상되면 인공관절로 대체하고,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투석기로 보조했다. 손상 부분을 기계나 인공물로 대체하거나 약물로 증상을 완화하면서 체내 시스템이 더는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게 주된 접근법이었다. 이런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인공관절은 시간이 지나면 마모되며, 투석은 신장을 대체할 수는 있어도 완벽히 회복시키진 못한다.

반면 재생의학은 생체 내부의 치유 메커니즘을 활성화하거나 외부에서 새로운 세포나 조직을 이식해 손상 부분을 다시 자라게 한다. 여기엔 두 가지 중요한 개념이 있다. 줄기세포와 조직공학이다.

줄기세포는 미분화 상태에서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손상된 연골에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연골세포로 분화해 손상 부위를 재생할 수 있다. 관절염 치료에서 줄기세포가 연골을 재생하는 사례들은 현재도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관절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도 성공하고 있다. 향후엔 인공관절로 대체해야 하는 사례에도 줄기세포를 통한 재생을 적용하는 게 현실화될 것이다.

조직공학은 세포와 생체재료를 사용해 새로운 조직이나 장기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사용해 인공 피부를 제작하거나 손상된 심장 조직을 대체하는 세포 구조물을 만드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생체 적합성 물질이 사용되며 손상된 조직과 자연스럽게 융합되도록 설계된다. 실제 화상 환자에게 3D 바이오프린팅으로 제작한 피부 조직을 이식해 흉터 없이 재생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재생의학이 기존 의학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손상 조직을 근본적으로 회복시키기에 영구적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 둘째 환자 본인 세포를 사용하면 면역 거부 반응이 거의 없으며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셋째 특정 장기나 조직을 대체하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 없이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이는 장기 이식 대기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접근법이다.

재생의학은 생명과학적 차원에서 생체 내부의 치유 메커니즘과 세포 분화 과정을 깊이 이해하고 활용한다. 손상 조직은 자연 상태에선 회복되지 않거나 흉터 조직으로 대체되나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원래 조직으로 복원될 수 있다. 세포의 신호 전달 체계를 조작해 손상 부분에 필요한 세포가 집중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또한 조직공학은 세포 외 기질(ECM)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세포가 정착하고 분화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척수 손상 환자에게 줄기세포 치료를 시행하면 손상된 신경 세포가 재생되면서 마비가 회복될 가능성이 생긴다. 기존에는 손상된 신경을 회복하기 위해 재활치료나 보조기구에 의존해야 했지만 재생의학은 신경 자체를 복원함으로써 보다 근본적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앞으로 재생의학은 노화로 인한 퇴행성 질환과 심장 질환, 뇌 손상 등 여러 분야에서 기존 치료법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난 2월 개정안 시행으로 우리나라의 첨단 재생의학 현실화는 수많은 희귀성 및 난치성 질환뿐 아니라 항(抗)노화를 넘어 역(逆) 노화의 수준까지 도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인류는 고통과 노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시대를 맞고 있다. 생명의 근원을 탐구하고 재창조하는 재생의학은 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는 창조주의 섭리를 닮아가려는 인간의 끝없는 탐구와도 연결되며 우리에게 생명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선한목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