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과 지속가능성의
조화로운 달성 가능한 디딤돌
개별 세대 손익 계산 넘어
기본 안전망 구성 성찰해야
연금개혁 불안감 해소하려면
사실 근거한 진지한 소통 필요
조화로운 달성 가능한 디딤돌
개별 세대 손익 계산 넘어
기본 안전망 구성 성찰해야
연금개혁 불안감 해소하려면
사실 근거한 진지한 소통 필요
2025년 4월 연금개혁법안 통과 이후 청년세대의 불안과 반발이 거세다. “우리가 받지도 못할 연금, 왜 더 많이 내야 하나?” 정치권에서도 “청년을 고려하지 않은 개악” “미래세대에 대한 착취”라는 날선 비판이 이어진다. 청년들의 문제의식은 단순한 불만이라기보다는 구조적 현실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청년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지속가능성 확보가 절실한데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인상을 동시에 추진해 재정 개선 효과가 반감됐다는 지적이다. 둘째, 연금수익비 관점에서 청년세대가 부모세대보다 현저히 불리하다는 인식이다. 셋째, 울트라 고령화라는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연금제도가 결국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는 근본적 회의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오해가 정보 부족에서 비롯된 측면도 적지 않다. 연금개혁을 둘러싼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신뢰 가능한 사실에 근거한 진지한 소통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번 개혁이 분명히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점이다. 소득대체율 3% 포인트 인상이 보험료율 인상 효과를 일부 상쇄하는 것은 맞지만, 그 인상은 2026년 이후 가입기간에만 적용된다. 다시 말해 청년세대가 그 혜택의 주요 수혜자다. 앞으로 기초연금은 빈곤해소에 집중하고, 국민연금은 소득비례원칙을 강화하고 적용포괄성 및 가입기간을 확대하며, 퇴직연금은 내실화하는 방식으로 다층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재편해 간다면 보장성과 지속가능성은 충분히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다.
연금수익비의 세대 간 차이도 오해의 소지가 크다. 연금은 개인의 금융상품이 아니라 노년기 소득상실 위험에 대응하는 사회적 부양 시스템이다. 부모세대는 연금이 존재하지 않았던 조부모세대를 사적으로 부양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노후를 위한 사회적 부양도 함께 준비해 왔다. 이중 부담을 감수했던 세대다. 따라서 단순히 수익비만으로 세대 간 불공정을 따지기는 어렵다. 모든 세대가 최소한 ‘낸 만큼은 돌려받는다’는 수익비 1.0 이상을 보장하고, 보험료율 상한을 소득대체율 43%의 수지균형 보험료율인 약 21.2% 이하로 관리하겠다는 연금개혁 대원칙이 설정된다면 청년세대의 신뢰도 회복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번 개혁이 제도도입 이후 ‘첫 보험료율 인상개혁’이면서 부과방식이 아닌 ‘준 적립방식’으로의 대전환을 알리는 구조개혁의 출발점이라는 점이다. 이미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향후 최소 70년간 ‘적립기금 유지’를 재정운영 목표로 설정하고 한국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령화의 도전에도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를 설계할 수 있는 충분한 해법이 존재함을 보여줬다. 기금운용 수익과 보험료 수입이라는 재정의 두 축을 계속 유지하면서 보험료율을 16.5%로 점진 인상하고, 연금수급연령을 2048년까지 68세로 상향하며, 기금운용수익률 5.5%를 담보한다면 향후 70년 이상 기금고갈 없이 연금지속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이미 나와 있다. 여기에 자동조정장치 도입으로 전망치를 벗어난 인구 및 경제 변동을 미세조정해 급여-부담 균형을 자동적으로 맞춰나간다면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안정적으로 담보할 수 있다.
이는 단지 연금재정 방식의 설계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세대 간 연대를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할지에 대한 중요한 대전환을 의미한다. 한국은 다행스럽게도 적립기금이 고갈되기 전 선제적으로 연금개혁의 첫 단추를 끼웠다. 스웨덴, 독일 등 대부분 유럽 복지국가들이 적립기금에 의한 완충옵션 부재로 겪어야 했던 고통스러운 개혁보다는 훨씬 건전한 출발이다. 공적연금은 초고령사회에서 우리 모두를 지켜줄 사회적 기반 인프라다. 정치권과 정부는 청년세대가 연금을 믿고 참여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청년 역시 개별 세대의 손익 계산을 넘어서 공동체의 지속성과 삶의 기본 안전망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해 함께 성찰하는 시민의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연금개혁은 완결이 아니다. 하지만 연금보험료율 인상을 통한 적립방식 유지로 울트라 고령화의 파고를 비켜갈 수 있는 연금개혁 해법의 일단을 확인시켜준 디딤돌이 됐다. 향후 구조개혁 논의에서 세대 상생의 지속가능한 연금개혁의 완결 책임은 연금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한 우리 모두에게 있다.
석재은(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