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에 계란을 먹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계란이 새 생명, 희망, 다산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초기 기독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달걀을 염색하여 부활절을 축하한 데서 유래했다. 13세기부터는 부활절 달걀을 장식하는 전통이 생겼고, 16세기부터는 달걀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런 전통이 올해 미국에서는 이어 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달걀값이 급등세이기 때문이다. ‘에그플레이션(eggflation)’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달 12개당 평균 6.23달러(약 9032원·1개당 약 750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노동부는 당분간 달걀값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부활절(4월 20일)을 앞두고 달걀 수요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달걀값은 1월 4.95달러로 오른 데 이어 2월에는 5.90달러까지 상승했다. 달걀값 급등의 주요 원인은 조류 인플루엔자다. 현재까지 폐사된 조류는 총 1억6800만 마리에 달한다.
계란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가짜 부활절 계란’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인들 사이에서 계란 대신 감자나 마시멜로, 돌 등으로 가짜 부활절 계란을 만드는 방법이 유행하고 있다. 계란값이 최근 폭등하자 계란 대신 다른 음식으로 부활절 기분을 내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부활절에 미국인들은 껍질에 색을 입히고 그림을 그린 계란을 나눠 먹으며 축복을 나눈다. 둥근 모양의 마시멜로를 염색해 병아리 모양 등으로 꾸미거나 감자로 부활절 계란을 만들기도 한다. 플라스틱이나 찰흙으로 만들어진 장난감 계란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이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백악관에서 열릴 예정인 147년 전통의 ‘부활절 달걀 굴리기(White House Easter Egg Roll)’를 기업체들의 브랜드 홍보의 장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후원 자금을 받는 조건이다. 여러 차례 공적 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득을 취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트럼프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역시 트럼프답다.
김준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