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고를 겪는 70대 어르신이 영남 산불로 막막한 처지에 처한 이재민을 돕고 싶다며 한 달 식비에 해당하는 돈을 전했다.
13일 이랜드복지재단 SOS위고봉사단에 따르면 경남 함양에 홀로 사는 박지훈(가명·72)씨는 지난 3일 집에 찾아온 봉사자 김가영(가명·49)씨에게 영남 산불 성금에 써달라며 20만원을 건넸다. 지난 2월 이랜드복지재단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암 치료를 받았던 박씨가 자신이 그랬듯 산불 이재민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뜻이었다.
박씨는 성금과 함께 전한 손편지에서 “지난해 여름 암 진단을 받고 수술 비용을 듣던 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현재 감사하게 건강을 회복해 잘 지내고 있다”며 “TV에서 큰 산불 피해를 입은 분들이 눈물 흘리는 것을 보니 꼭 얼마 전 삶의 끝에 선 저를 보는 것 같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있는 사람은 그 끝에서 만난 주변의 관심과 응원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를 안다. 작은 돈이지만 제가 받았던 희망을 그분들께 다시 전하고 싶다”고 했다. 박씨는 차로 10분 거리의 한 교회 성도라고 한다.
당시 박씨 수술 상태를 확인하러 방문했던 봉사자 김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초생활수급자인 어르신은 일용직으로 생활하다가 건강 문제로 일을 못 하게 된 뒤 20가구가 전부인 작은 시골 마을에서 월세가 가장 저렴한 집에서 산다”고 말했다. 이어 “그분이 ‘기부를 하고 싶은데 혹시 받아 줄 수 있냐’며 내놓은 그 돈이 얼마나 귀한 줄 안다. 예수님께서 칭찬하신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넣은 두 렙돈같이 느껴졌다”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