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동안성결교회(류태우 목사)는 어르신을 동역자로 세우는 교회다. 노년 세대를 수혜의 대상이 아니라 동역자로 보고 함께 교회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여긴다. 6년 전 교회에 부임한 류태우(53) 목사가 2023년부터 시작한 시니어반을 통해 어르신들은 영성이 깊어지는 것은 물론 노후를 기쁨으로 보낼 방법까지 배우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9일 교회에서 만난 류 목사는 “교회가 다음세대 부흥에도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교회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노년 세대를 위한 사역에도 나서야 한다”며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날마다 새로워지고 행복하도록 돕는 게 목회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조부와 부친이 모두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목회자였던 류 목사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목사가 되는 꿈을 꿨다. 아버지는 류기성 충남 홍성성결교회 원로목사다.
1991년 서울신학대에 입학한 후 신대원까지 졸업한 그는 99년 미국 LA 탈봇신학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초교파이지만 탈봇신학교에서 장로교 소속 목회자들이 많이 공부하는 것을 생각하면 기성 교단 목회자로서는 독특한 행보였다. 이후에도 류 목사는 미국 현지 교단과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 교단에서도 사역하며 신학의 지경을 넓혔다.
“유학을 고민하던 시절에 아내가 서울 온누리교회를 출석했는데 하용조 목사님께서 탈봇신학교를 소개하고 적극적으로 추천하셨다고 해요. 그 영향을 받아 탈봇신학교에 가서 성경해석학으로 신학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에는 담임 목회자로 교회 사역에 전념하고 싶었는데 연이 닿을 듯 말 듯 하면서 잘되지 않았어요. 결국 기독교교육학 박사 공부를 시작해서 8년 만에 졸업했죠. 당시엔 울며 겨자 먹기로 공부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도 하나님 은혜였어요.”
류 목사는 박사학위 공부를 하면서 LA 베델한인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했다. 청소년 청년 장년 등 다양한 부서를 거쳤다. 그는 “설교 심방 제자훈련 소그룹 전도폭발 등 교회 내 모든 사역을 경험한 게 큰 자산이 됐다”며 “이후 뉴저지주 시온성교회 담임으로 7년간 사역하면서 상처받은 이민자들을 위로하고 힘을 불어넣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20년 미국 생활을 마치고 부임한 동안성결교회는 새 목회자를 청빙하는 과정에서 아픔이 있던 곳이었다. 당회가 갈라져 갈등이 있었는데 그래도 ‘교회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남아있는 성도들이 많았다고 한다.
“부임 후 첫 당회에서 장로님들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에 서로 손잡고 껴안으며 기도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장로님이 눈물을 쏟으며 잘못했다는 이야기를 시작했고, 결국 모두 회개하며 화해하는 기적이 일어났어요. 저도 생각지도 못한 하나님의 역사하심이었죠.”
당회에 평화가 찾아온 후 교회는 빠른 속도로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심방과 기도 등 전통적인 사역만 하던 교회에 제자훈련을 도입해 말씀으로 성도를 양육했다. 성도들은 젊은 목회자의 사역과 교회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응원했다. 류 목사는 오후 예배를 과감히 없애고 소그룹과 성경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오후 예배를 가장 열정적으로 드리던 노년 세대를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오후 예배가 없어져서 어르신들이 많이 서운하신 것 같았어요. 그분들만을 위한 사역을 찾다가 경주에서 치매 센터를 운영하는 목회자를 초청해 시니어반을 시작했는데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시간이 갈수록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정식 교재도 만들면서 점점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동안성결교회 시니어반 효과가 알려지면서 기성 총회는 올해 회기 주요 사역 중 하나를 ‘노년 목회’로 정했고 교회 교재를 바탕으로 ‘시니어 에센스’를 정식 발간했다. 교재는 총 4권으로 노년 담당 지도자를 위한 운영 매뉴얼 1권과 노년을 위한 워크북 3권으로 이뤄졌다. ‘감사’ ‘소명’ ‘소망’이라는 대주제 아래 건강관리, 은퇴 후 생활, 장례 준비 등 노년의 실생활과 연관된 내용이 담겼다.
류 목사는 교재 관련 강의를 위해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노년 목회의 필요성을 더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특히 어르신이 많은 농어촌교회에서 시니어를 사역의 주체로 세우는 일이 교회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확신했다. 교회는 올해부터 시니어반을 교회 성도뿐 아니라 주민들에게도 공개해 지역 어르신들도 활기찬 삶을 살아가도록 돕고 있다.
“우리 교회 어르신들은 위축되거나 뒤에서 기도만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역에 참여하고 계세요. 젊은 세대도 어르신들의 활동을 보면서 나이 드는 게 더는 두렵거나 슬픈 일이 아니라 더 성숙해지고 성화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모든 세대를 축복하셨기에 어르신도 꼭 받아야 하는 축복이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그 축복을 누리고 다른 세대에도 모범이 되는 삶을 사시도록 돌봄과 섬김을 이어가겠습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