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동 지역 거점 상실 ‘타격’… 외교적 고립 심화할 듯

입력 2025-04-11 00:53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 AFP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쿠바에 이어 시리아까지 북한의 형제국들과 연이어 국교를 맺은 것은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한층 심화시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문제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10일 “시리아와의 수교는 외교의 지평을 한층 넓힌 것으로 평가된다”며 “북한은 외교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리아는 1966년 북한과 수교 이후 밀접한 관계를 이어왔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는 북한으로부터 제3·4차 중동전쟁 때 무기를 지원받았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40차례 이상 탄도미사일 부품, 화학무기 제조 물질 등도 받았다. 2007년에는 양국 간 핵 개발 협력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국과는 그간 접점이 없었다. 정부가 지난해 2월 쿠바와 정식 외교관계를 체결한 뒤에는 시리아가 유엔 회원국 중 유일한 미수교국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북한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54년간 독재를 이어온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지난해 12월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전기를 맞았다. 수교의 가장 큰 장애물이 사라진 셈이다. 우리 정부는 과도정부가 들어서면서 수교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자 발빠르게 움직였고, 곧 시리아와의 수교 방침을 정했다.

논의는 빠르게 진행됐다.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북한과 시리아 간 교류는 상당히 위축돼 있던 상태였다. 김은정 아프리카중동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지난 2월 시리아를 방문했던 당시 시리아는 북한과의 관계를 최소화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시리아에 주재하던 북한 외교관들은 알아사드 정권이 몰락하자 러시아 특별전세기를 타고 긴급 철수한 상황이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과 쿠바·시리아의 연쇄 수교가 성사되면서 북한으로서는 오랜 시간 공들여온 중동 지역 거점을 사실상 잃게 된 것”이라며 “그간 중동 국가와 자행해오던 불법 무기 거래도 약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북핵 제재 움직임에 힘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북 성향 국가들이 잇따라 북한을 등지고 한국과 수교하는 상황을 시대상의 변화로 해석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봤을 때 유엔 제재를 받는 북한보다 국제적 기반이 든든한 한국과 손잡는 길이 훨씬 자국에 유익하다고 판단했을 거란 의미다.

북한의 도발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앞서 북한은 한국과 쿠바가 극비리에 수교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