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짬밥 벗어나나”… 軍 진출길 넓어진 대기업 급식

입력 2025-04-11 00:51
공군 장병들이 부대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급식업계가 새로운 성장 돌파구로 군부대를 주목하고 있다. 연간 약 2조원 규모에 달하는 군 급식 시장은 업계가 주목하는 ‘블루오션’이다. 그러나 병사 1인당 하루 급식 단가가 1만3000원에 불과한 낮은 단가 탓에 수익성 확보에는 한계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방부는 올해 민간 위탁 급식을 운영하는 부대를 49개로 확대했다. 전체 군 급식 인원의 약 15%인 5만8000명 규모가 민간 급식을 이용하게 된다. 2022년 3개 부대가 시범사업에 참여했고 2023년 13개, 지난해 26개 부대로 확대됐다. 올해는 전년 대비 배 가까이 늘었다.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납품 품목과 실적도 크게 늘었다. 한국식품산업협회에 따르면 군 급식 다수공급자계약 품목 수는 2023년 172개에서 2024년 240개로 39.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납품 실적도 5830억원에서 8767억원으로 약 50% 늘었다. 민간 공급 참여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군 급식 입찰 경쟁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최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30연대에서 진행된 민간 위탁 급식 입찰에는 무려 9개 업체가 경쟁을 벌였다. 업계 1위 삼성웰스토리가 1위(99.43점)를 기록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위 업체와는 불과 0.06점 차이였다. 삼성웰스토리는 이미 수도권 육군사관학교와 남부권 육군3사관학교 위탁을 맡고 있다. 중부권의 육군훈련소까지 확보해 권역별 급식 교두보를 완성한 셈이다.

군 급식 시장에서는 시범사업부터 참여한 풀무원푸드앤컬처가 선두에 있다. 육·해·공군과 해병대에서 모두 급식을 제공 중이다. 동원홈푸드는 육군과 공군 네 개 부대에서 위탁 급식을 맡고 있다. 아워홈은 공군 20전투비행단을 비롯한 세 곳에서 급식 위탁 운영을 하고 있다. 민간 위탁 도입 활성화 이후, 식단 다양성과 급식 만족도가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업계의 고민도 적지 않다. 커지는 군 급식 시장과는 달리 정부가 책정한 단가는 하루 1만3000원 수준이다. 2년 연속 동결돼 끼니 당 단가가 4333원에 불과하다.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 한 끼(450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민간 구내식당 평균 가격이 6000~7000원대임을 고려하면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있다. 2023년 구내식당 식사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6.9%에 달했던 점과 비교해도 사실상 역주행하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 쏠림이 심화하지 않겠느냐는 비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군 급식 입찰 공고만 봐도 하루 1900명 이상 식사를 책임지는 대형 사업장이 대부분인데, 그 규모만큼이나 국방력을 책임질 양질의 식사와 위생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며 “중소업체가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업계서는 급식 단가 현실화와 함께 중소업체 참여를 유도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