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국민이 먼저인 나라, 성장하는 중산층의 나라, 실용이 이념을 이기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6·3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한 전 대표는 자신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여당 당대표로서 국회 해제 요구안 표결에 앞장섰던 점을 부각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계엄 옹호 세력’ 공세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보수 주자라는 차별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앞 분수대에서 대선 출정식을 열었다. 지난해 12월 당대표 직을 내려놓으며 떠났던 국회로 다시 돌아와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그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겨눠 “위험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괴물 정권이 탄생해 나라를 망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것은 단순한 선거가 아니다. 이건 전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전 대표는 “그들의 전략은 뻔하다. 오직 비상계엄 상황을 무기 삼아 ‘그때 뭘 했느냐’며 우리를 공격할 것”이라며 “제일 먼저 국회로 향하고, 제일 먼저 국민과 함께 (계엄을) 막겠다고 한 사람, 저 한동훈이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국민을 보듬고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지 않도록 여러분의 소중하고 평화로운 일상, ‘아주 보통의 하루’를 지켜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교체, 세대교체, 시대교체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1973년생인 한 전 대표는 90년대 가요계 판도를 뒤흔든 가수 서태지를 언급하면서 “시대를 바꾸는 문화대통령이 되겠다. 시대교체는 어느 한 순간 폭발하듯이 일어난다”고도 말했다.
탄핵에 반대했던 보수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도 내놨다. “계엄과 탄핵으로 고통받은 분들의 마음에 깊이 공감한다. 그 고통을 끝까지 함께 나누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모든 정책이 저평가받아서는 안 된다”며 원전 생태계 복원과 한·미·일 협력 외교 강화 정책 등을 높이 평가했다. 한 전 대표는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와 ‘양원제’ 도입도 제안했다.
이날 ‘찬탄파’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지역을 찾았다. 견고한 보수층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수 텃밭인 TK 공략에 우선 집중하는 모양새다.
‘반탄파’ 주자들은 ‘윤심’(윤 전 대통령 의중) 마케팅에 집중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페이스북에 지난 9일 윤 전 대통령을 관저에서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되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시할 것은 충성심이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말했다고 이 지사는 전했다. ‘배신자 프레임’을 통해 한 전 대표 등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지난 5일 윤 전 대통령을 만난 나경원 의원은 ‘끝까지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을 들고 11일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이미 여러 차례 윤 전 대통령을 만난 윤상현 의원도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정현수 이강민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