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 여윳돈이 215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가 소비심리 위축으로 지갑을 닫았고 아파트 신규 입주가 줄면서 전년 대비 55조원 늘었다. 기업도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를 망설이면서 자금 조달을 줄였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4년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순자금 운용액은 215조5000억원이다. 전년 160조5000억원에서 55조원(34%) 늘어 2009년 해당 통계 집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국내외 지분증권·투자펀드 운용액이 42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8조5000억원 늘어났다.
순자금 운용액은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으로 여유자금에 해당한다. 자금 운용은 은행 예치·주식 투자 등 다른 부문에 공급한 돈을, 자금 조달은 금융기관 대출 등을 통해 다른 부문에서 공급받은 돈을 뜻한다.
소득 증가보다 불황으로 가계가 지출을 줄이면서 여윳돈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소득 증가분보다 지출 감소분이 더 컸기 때문이다.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이 감소한 영향도 있다. 김용현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일반 주택 거래는 자금이 가계에서 가계로 이동하지만 신규 입주는 가계 자금이 기업으로 옮겨지는데, 지난해 이런 거래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불안한 시장 상황에 기업은 자금 조달을 줄였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지난해 순자금 조달 규모는 65조5000억원으로 전년 109조4000억원보다 43조9000억원(67%) 감소했다. 김 팀장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건설업을 비롯한 기업들의 투자 자금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조달 규모도 축소됐다”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