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더불어민주당 내 초·재선 강경파 의원들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조기 대선 국면 이후 새로운 당 지휘부 체제에서는 초·재선 의원들의 입김이 더욱 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6월 3일 조기 대선 직후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하고, 새 원내지도부 체제로 전당대회를 열어 당대표와 최고위원까지 뽑을 예정이다. 대선 승패와 상관없이 당 지도부가 전면 교체되는 것이다. 이미 당 안팎에서는 차기 후보들에 대한 하마평도 나오기 시작했다.
당내에서는 ‘목소리 큰’ 초·재선 의원들의 표심이 주요 당직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재 민주당 내 초·재선 의원은 모두 117명으로 전체 170명의 68.8%를 차지한다. 초선 의원들은 이번 탄핵 정국에서 ‘돌격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앞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며 ‘국무위원 줄탄핵’을 공개적으로 꺼내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처음으로 20% 반영되는데, 당원 투표에서는 강경파들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다.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탄핵 정국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중진 의원들에 대한 실망과 비판도 크다고 한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3선 이상 중진 의원들 중 이번 탄핵 사태 때 제대로 역할을 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중진 의원들에 대한 초·재선 의원들의 실망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탄핵 정국에서의 투쟁 방식과 수위를 두고도 초·재선 의원들과 상대적으로 온건 성향인 중진 의원들 간 온도 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의원총회 때 장외 투쟁을 하지 말고 원내에서 싸우자고 제안했다가 혼쭐이 났다”며 “그 뒤로는 초·재선 의원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 한 권한대행 탄핵 추진을 만류했던 온건파 의원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모양새다. 한 중진 의원은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다 보니 탄핵에 반대했던 게 조금 후회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개혁 과제에만 너무 속도를 내면 오히려 여론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며 “(대선 승리로) 여당이 되면 오히려 하고 싶은 대로만 할 수는 없다. 여론 반응 등 여러 상황을 함께 고려하는 경험과 지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