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간 만에… 트럼프 “중국 외 상호관세 90일 유예”

입력 2025-04-10 18:5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에 대한 상호관세 발효를 90일간 전격 유예했다. 이날 0시1분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 약 13시간 만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일단 향후 90일간 25% 상호관세 대신 10% 기본관세만 적용받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즉시 125%로 인상한다”며 “세계 시장에 중국이 보인 존경심의 부족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을 뺀 75개 이상 국가가 미국과 협상에 나섰고 보복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이들 국가에 대해) 90일간의 유예와 이 기간 10% 상호관세를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상호관세는 유예됐지만 자동차와 철강 등 품목별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트럼프의 상호관세 전격 유예는 미국 등 전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치며 공화당에서도 반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관세 유예 이후 미국 증시는 급반등했다. 트럼프는 유예 배경에 대해 “사람들이 점점 불안해하고 있다. 조금씩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트럼프도 인정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충격적인 반전”이라며 “이번 조치로 무역 파트너들은 90일 동안 트럼프에게 관세 인하를 위한 거래를 제안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도 협상 시간을 벌었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단을 만나 “유예 조치는 미국 측과의 관세 협상을 지속해 우리 업계에 미칠 영향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여지가 확보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시장을 짓눌러온 공포감이 누그러들면서 국내 증시도 크게 반등했다. 1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1.36포인트(6.60%) 오른 2445.06에 거래를 마쳤다. 포인트 기준으로 코스피 개장 이래 역대 최대 상승 폭이다. 간밤 뉴욕증시가 폭등한 것을 목격한 외국인과 기관이 공격적으로 국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각각 4438억원, 7881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보다 38.4포인트(5.97%) 오른 681.79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7.7원 내린 1456.4원으로 낮 거래를 마감했다.

장 초반 매수세가 급격히 들어오면서 코스피는 오전 9시6분, 코스닥은 오전 10시46분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매수 사이드카는 코스피200선물과 코스닥150선물이 일정 수준 이상 급등하면 프로그램 매매 매수호가를 5분 동안 정지시키는 것이다. 과열된 투자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8월 6일 이후 처음으로 발동됐다.

다만 미·중 관세전쟁은 확대되고 있다. 10일 낮 12시1분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84% 보복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중국 정부는 자국에 125% ‘관세 폭탄’을 퍼부은 미국에 대해 “대화의 문을 열려 있지만 상호 존중이 전제조건”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미국이 관세전쟁을 고집한다면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이광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