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감원, 증권사 ‘캡티브 영업’ 검사… 미래에셋·삼성증권부터 겨눈다

입력 2025-04-11 00:41
국민일보DB

금융감독원이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상대로 ‘캡티브 영업’ 관행에 대한 현장 검사를 개시한다. 금감원은 증권사가 회사채를 발행할 때 계열 금융사 동원 등을 약속하며 주관사 임무를 따내는 방식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5영업일 동안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 내용은 공모회사채 관련 업무 적정성 점검이다. 채권시장에서 일부 주관사의 캡티브 영업 관행 탓에 시장 왜곡이 발생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진 데 따른 조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월 채권시장의 혼탁한 관행을 정상화하겠다며 상반기 캡티브 영업을 집중적으로 검사하겠다고 예고했다.

캡티브 영업 관행은 증권사들이 회사채 주관사 임무를 수임할 때 수요예측이나 인수 시 계열사나 자사 다른 부서의 참여를 약속하면서 주관사 업무를 따내는 식으로 이뤄진다. 발행사 요구 금리에 맞춰 자기 자금으로 회사채를 인수하는 바람에 손해를 보지만 이와 연계해 이후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 딜에서 손해를 만회한다. 즉 회사채 발행과 IPO 등을 묶어 한쪽에선 손해를 보더라도 이후 이익을 남기는 식으로 영업하는 관행을 뜻한다. 이는 부채자본시장(DCM)의 과열 경쟁에 따른 결과다.

금감원은 관련 부서를 대상으로 회사채 거래 내역을 통해 채권 인수 딜 전반을 살펴볼 계획이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증권사가 계열사를 얼마나 동원했는지, 금리를 왜곡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점검해 법 위반이나 시장 질서 교란 사항을 검사한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나머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 대한 검사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금융지주사 아래 증권사들이 주 타깃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별 회사채 발행 주관 실적은 KB증권(27조6062억원) NH투자증권(24조4785억원) 한국투자증권(21조955억원) 등의 순으로 많았다. 인수 실적은 한국투자증권(18조4437억원) 현대차증권(13조9820억원) KB증권(13조786억원) 한양증권(10조7123억원) NH투자증권(10조5686억원) 순이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정상적인 기업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해당 회사의 신용도와 관계없이 금리가 맞춰져 온 사례가 있다”며 “이 경우 투자자가 가격을 오인하게 될 수 있어 시장 가격 왜곡 측면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